최석운씨 ‘나는 잘 있다’전 - 한선현씨 ‘염소의 꿈, 만들다’전
일상의 한순간과 인간적 풍경을 해학과 웃음으로 버무려내는 화가 최석운 씨의 ‘지하철’. 그의 작품은 삶의 그늘까지 아우르는 울림을 가지면서도 낙천성과 긍정의 힘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준다. 사진 제공 갤러리 로얄
익숙한 일상의 순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
영혼까지 맑아져 한선현
염소의 희로애락 통해 더불어 사는 지혜 선사
해변에서 수영을 즐긴 뒤 막 샤워장으로 들어가려는 참일까? 복부비만이 확실시 되는 메릴린 먼로의 비키니 차림을 보는 순간 웃음을 참기 힘들다. 다른 작품에선 통통한 몸매를 자랑하는 모나리자와 나이 든 피카소가 서로를 힐끔거린다. 모처럼의 나들이를 위해 한껏 모양낸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당당한 패션도 볼거리다.
염소를 통해 건강한 웃음을 전하고 싶다는 나무 조각가 한선현 씨의 부조 작품. 전시장에는 사람을 빼닮은 염소의 희로애락이 펼쳐진다. 꿈과 현실이 스스럼없이 어우러진 동화의 세계를 접할 기회다. 사진 제공 샘터갤러리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끈질기게 자신의 내공을 갈고 닦은 중견 작가들의 전시는 생동감이 넘친다. 난해한 현대미술에 식상한 보통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추면서도 작품의 밀도와 메시지는 녹록지 않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반짝 주목을 받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더불어 예술의 치유 기능으로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나 긍정의 힘과 삶의 에너지를 채울 기회를 선사한다.
○ 사막 같은 세상을 살아남는 법
전철에서 입을 헤벌리고 잠에 곯아떨어진 남녀, 하릴없이 분주한 인간들을 측은하게 곁눈질하는 동물들, 길을 걸으면서도 각자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사람들, 뽀글뽀글 파마에 특유의 색채감각으로 ‘꽃단장’한 아줌마들.
그래서 화가와 친분 있는 소설가 성석제 씨는 그를 “회화의 인간학자”라고 평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그의 그림은 볼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역시 그림 속의 남녀노소, 우수마발과 같은 삶을 살고 살아왔고 화사하고 잔잔한 한순간을 누릴 것이기에.”
○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법
“언제나 음매에 소리를 낸다. 뿔과 수염이 매력적이다. 일자 눈동자가 신비스럽고 강렬하다.”
조각가 한선현 씨가 ‘동물의 왕국’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할 가능성이라곤 전혀 없는 초식동물을 캐스팅한 이유다. 돌 조각가를 꿈꾸며 이탈리아 카라라에서 수학하던 중 우연하게 목조장인을 만나 나무 조각에 빠져든 작가. 그는 다양한 나무를 사용한 조각과 부조작품으로 인간미 넘치는 염소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전시장을 떠날 때 늘 미소를 잃지 않는 지혜롭고 순한 염소들이 묻는 것 같다. “당신은 외나무다리를 어떻게 건너겠습니까.”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