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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뒤투아에 의한, 뒤투아를 위한…찬란하게 울려퍼진 ‘봄의 제전’

입력 | 2010-04-27 03:00:00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동아시아 연주회
지휘 ★★★★☆ 합주력 ★★★★☆
선곡 ★★☆




25일 열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미야자키 연주회에서 샤를 뒤투아가 스트라빈스키 ‘불새’를 지휘하고 있다. 이날 연주회에서 뒤투아는 특유의 정밀한 리듬감과 음색조합으로 청중을 압도했다. 사진 제공 미야자키 메디키트센터

‘뒤투아와 호화찬란 필라델피아 사운드.’ 25일 오후 일본 미야자키 메디키트센터 아이작스턴홀에서 열린 샤를 뒤투아 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연주회의 제목이다. 미야자키 국제음악제 둘째 날 순서로 열린 이날 연주회는 스트라빈스키 발레 ‘불새’와 ‘봄의 제전’ 전곡을 선보였다. 5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주할 곡목과 동일한 프로그램이다.

이날 연주회 제목이 나타내듯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색에는 ‘벨벳 사운드’ ‘금색 사운드’ ‘호화찬란 사운드’ 등 관용어구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1980년까지 44년이나 이 악단을 이끈 유진 오르먼디가 이 악단만의 유려한 현악 음색을 만들어낸 뒤 나온 표현이다.

그렇다면 이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특유의 ‘호화찬란’ 사운드를 선보였을까. ‘특유의’라는 수식어만 빼면 그랬다. 정밀한 박자와 음량 분배로 유명한 ‘관현악 음색의 설계사’ 뒤투아는 이 연주회에서도 초정밀 리드를 선보였다. 극도의 피아니시모가 순간적인 타악의 난타와 금관의 포효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도 한 박자 한 박자가 최상의 음량 배분으로 연결됐으며 작은 뒤처짐이나 어긋남도 없었다. 단 ‘불새’ 중 ‘카스체이의 등장’이나 ‘봄의 제전’ 중 ‘대지의 춤’에서는 트럼본이 기대만큼 민첩하게 나가지 못했다. 까다롭기로 이름난 뒤투아로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공연 후 칭찬할 만한 연주자를 일으켜 세울 때 뒤투아는 트럼본 쪽에 손을 내밀지 않았다.

가장 아쉬움이 남은 것은 이날 선보인 찬란한 사운드가 ‘필라델피아 사운드’라기보다 2008년 이 악단 수석지휘자로 취임한 샤를 뒤투아의 ‘뒤투아 사운드’였다는 점이다. 뒤투아 취임 후 첫 동아시아 공연 프로그램에서 스트라빈스키의 두 발레곡을 택한 점부터 ‘필라델피아보다 뒤투아를 들어라’라는 포고에 가까웠다. 뒤투아의 장기곡인 스트라빈스키의 두 발레곡에서 현악은 주도적 역할에 나서지 않는다. ‘불새’의 피날레처럼 휘황하게 현이 빛나는 부분이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게 오늘날의 명성을 가져다 준 벨벳 감촉의 현악을 만끽하려면 후기 낭만주의 교향곡 한 곡 정도는 내세웠으면 좋았을 것이다.

미야자키=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i: 4만∼20만 원. 4월 30일, 5월 1일 오후 7시 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4월 30일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아라벨라 슈타인바허 협연), 라벨 ‘라 발스’ 등 연주. 5월 1일 오후 7시 반 스트라빈스키 ‘불새’ ‘봄의 제전’ 연주. 02-399-1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