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김상훈 기자의 That's IT]그린피스 타깃 된 구글, 왜

입력 | 2010-04-28 03:00:00


구글은 ‘악해지지 말라(Don't be evil)’는 기업 철학으로 유명합니다. e메일과 동영상 저장, 사진 편집 등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무료로 공급하다 보니 이런 철학이 근거 있어 보입니다. 이는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인터브랜드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구글의 브랜드 가치는 글로벌 기업 가운데 7위였습니다. 디즈니(10위)보다도 높죠.

그런데 이런 대단한 구글이 최근 체면을 구겼습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보고서 때문입니다. 그린피스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인터넷 회사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공하면서 화석연료를 엄청나게 사용해 기후변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구글은 이런 정보기술(IT) 기업 가운데서도 가장 큰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고 가장 많은 돈을 이 분야에 투자하는 회사입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체 인터넷기업은 연간 1012TWh(테라와트시·1TW=1조 W)의 전력량을 데이터센터에 씁니다. 또 951TWh는 우리의 노트북 컴퓨터와 스마트폰, 데스크톱 컴퓨터 등을 이들의 데이터센터와 연결하는 통신망에 쓰입니다. 한국전력공사가 밝힌 2008년 국내 전체 발전량은 446TWh에 불과합니다. 인터넷 서비스에 쓰이는 전력량이 한국 전체 발전량의 5배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많은 전기가 필요한 건 우리가 무료로 사용하는 구글의 e메일과 유튜브 등을 위해 엄청난 양의 컴퓨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수만 대의 컴퓨터가 한데 모인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통해 세계 각지의 정보를 처리합니다. 그리고 이런 수많은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데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전기를 사용하죠.

그렇다면 구글은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에 이런 유용한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걸까요. 그린피스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문제는 구글이 쓰는 전기가 ‘어떤 전기냐’는 것이죠. 그동안 인터넷기업들은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노스캐롤라이나 주와 오리건 주에 주로 지었습니다. 석탄을 때는 저렴한 화력발전소 덕분에 전기료가 싼 곳이죠. 구글의 노스캐롤라이나 주 데이터센터는 전기사용량의 50.5%를 석탄을 연료로 쓰는 화력발전소에서 받아오고, 38.7%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받습니다. 그린피스는 구글이 정말 ‘악해지지 않으려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 대체에너지를 쓰라고 주장합니다.

애플이 한때 그린피스의 전자제품 유해성물질 사용 평가에서 잇달아 꼴찌를 차지해 망신을 사기도 했었죠. 이번엔 구글 차례인 셈입니다.

21세기의 소비자는 과거보다 더욱 깊고 진지하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습니다. 다행히도 구글은 새로 짓는 데이터센터에 대체에너지 사용량을 늘리는 등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다른 인터넷기업과 바다 건너 한국의 인터넷기업에도 영향을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