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주범 ‘북극 진동’ 이상 남하… 영하 30도 찬공기 한반도 급습
내륙 습한 공기 만나 날씨 흐려
하루 평균 4시간 48분만 햇볕
대구는 100년래 가장 짧아
평균 7.1도… 예년보다 0.6도 ↓
27일 서울과 경기 등 중부지방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초속 20m의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고 우박도 떨어졌다. 이날 서울 지역 낮 최고기온은 평년보다 10도가량 낮은 8∼9도에 머물렀다.
흐리고 쌀쌀한 날씨가 지난달부터 지속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올봄(3월 1일∼4월 20일)에는 최근 40년 가운데 비 내리는 날이 가장 많고 일조(日照) 시간이 가장 짧았다”며 “이 기간 중 최악의 날씨를 보였다”고 밝혔다.
○ 이상 저온, 일조 시간 부족
이 기간 전국 각지에서 일조량과 관련된 각종 기록이 세워졌다. 올봄 서울의 평균기온은 최근 40년 가운데 6번째로 낮았다. 1996년 이후로 보면 14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에 해당한다. 서울의 일조 시간은 255.3시간으로 1908년 이래 5번째로 적었다. 대구의 일조 시간은 228.5시간으로 1909년 이래 햇빛이 든 날이 가장 적었다. 부산은 225.6시간으로 1907년 이래 두 번째였다. 목포는 강수 일수가 1912년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
○ 고기압 세력 여전히 강해
기상 전문가들은 이상기후의 원인에 대해 대륙 고기압이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4월이면 대륙 고기압은 온도가 올라간 지표면의 영향을 받아 세력이 약해진다. 이 고기압은 이동성으로 변해 한반도를 지난다. 이때 바람이 적고 따뜻한 전형적인 봄 날씨가 나타난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대륙 고기압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김지영 기상청 연구관은 “지금 기상도를 보면 예년의 3월 초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영하 30도의 차가운 공기가 때때로 한반도로 내려와 날씨가 쌀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찬 공기는 내륙의 습하고 따뜻한 공기와 만나 대기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흐린 날씨가 잦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부 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 모도키’의 영향으로 한반도 동남쪽에 고기압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도 흐린 날씨의 원인이다. 한반도 서북쪽과 동남쪽의 두 고기압이 만든 기압골 사이로 저기압이 자주 지나가면서 비가 많이 왔다는 것.
○ 올겨울 한파 원인 북극 진동 계속돼
기상청은 이런 현상이 올 5월 상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승배 기상청 통보관은 “다음 달에도 전반적으로 기온이 낮고 강수량이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중순 이후에는 맑은 날이 많아지고, 기온과 강수량도 예년 수준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북극 진동:
북극의 찬 공기가 주기적으로 저위도 지역으로 남하하는 현상을 말한다. 북극을 둘러싼 제트기류의 세력이 약 10년 주기로 변동하는 것이 원인이다. 찬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하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냉기가 흘러나와 북극의 온도는 올라가는 대신 저위도 지역엔 혹한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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