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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20년간 수감 노리에가 이번엔 佛서 ‘돈세탁 재판’

입력 | 2010-04-28 03:00:00

美, 신병인도… 어제 파리 도착




미국의 교도소에 20년 가까이 갇혀 있던 파나마 전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74·사진)가 26일 프랑스로 신병이 인도돼 프랑스 사법당국에 의해 돈세탁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마이애미 연방법원이 노리에가의 신병을 프랑스로 인도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인도 허가증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27일 오전 노리에가는 수갑을 찬 채 집행관과 함께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노리에가는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당시 항복을 선언해 1990년 전쟁포로로 미국에 인도됐다. 1992년 마이애미 연방법원에서 미국 내 코카인 밀거래와 공갈, 돈세탁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징역 40년형에 처해졌다. 모범적인 수형생활로 감형돼 2년 전 형기를 마쳤으나 프랑스의 신병 인도 요구에 따라 법적 다툼이 벌어지면서 계속 마이애미 교도소에 수감돼 있었다.

프랑스 사법당국은 1999년 궐석재판에서 노리에가가 코카인 밀매로 벌어들인 300만 달러를 프랑스 은행을 통해 세탁하고 이를 호화 아파트 구입에 사용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신병 인도를 요구해 왔었다. 파나마 당국 역시 노리에가에 대해 횡령, 부패, 정적살해 등의 혐의로 징역 60년형을 선고하고 그의 인도를 요청했다.

미국은 일단 프랑스에 노리에가를 인도키로 최종 결정했다.

노리에가의 딸 산드라 노리에가는 수도 파나마시티에 있는 RPC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국이 아버지의 신병을 프랑스로 인도한 것은 전쟁포로의 인권을 규정한 국제협정인 제네바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리에가의 프랑스 변호인도 그가 전직 국가원수로서 면책특권을 갖고 있으며 그의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도 만료됐다며 프랑스 법원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후안 카를로스 발레라 파나마 외교장관은 “미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노리에가의 또 다른 변호사는 “파나마 정부나 국민들은 그를 다시 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면이 있다”고도 말했다.

노리에가는 1968년 아르눌포 아리아스 정권을 무너뜨린 군사 쿠데타에 가담한 이후 파나마의 실세로 떠올랐다. 파나마 비밀경찰의 수장을 맡으며 미 중앙정보국(CIA)의 정보원으로도 활동해왔던 그는 1983년 군 통치자가 된 후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다. 그는 중미의 전략적 요충지인 파나마를 불법 마약 거래의 주요 통로로 만든 데다 공산 쿠바의 이중 첩보원이었다는 혐의까지 받아 미국의 지지세력으로부터 버림받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