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에드윈 허블은 1929년 은하의 빛에 나타난 도플러효과를 이용하여 더 먼 우주의 은하일수록 더 빨리 우리 은하로부터 멀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밝혔다. 오늘날 우주관측 사실을 가장 잘 설명하는 빅뱅팽창우주설이 관측에 의해 증명되는 최초의 순간이었다. 20세기 최고의 관측천문학자를 기억하기 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우주망원경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20년 전의 지난주에 우주로 띄운 허블우주망원경이 바로 그것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지름 2.4m의 반사경을 가진 중형망원경이지만 그보다 여러 배 더 큰 지상망원경보다 10배 이상 더 정밀하게 우주를 관측할 수 있다. 지구대기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1초에 8km(!) 속도로 지구를 공전하면서 먼 우주의 작은 천체를 연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초정밀 공학적 완성도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허블우주망원경은 단순한 관측기기를 넘어선 현대 인류 문명의 결정체이다. 현대의 피라미드인 셈이다.
또한 모든 은하의 중심에 자리 잡은 초거대 블랙홀의 크기를 측정하고 태양과 같은 별의 최후를 목격하게 됐으며 지구와 같이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외계 행성을 찾게 됐다. 바로 오늘 우리는 허블우주망원경을 비롯한 영웅적 실험을 통해서 고갱의 그림 제목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인류의 궁극적 질문에 대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우주망원경을 구상하던 1960년대에 이런 엄청난 발견을 훗날 하게 될 것을 알았을까. 그렇지 않다. 기록에 남은 그들의 최초의 꿈은 훨씬 소박했다. 그래도 그들의 시도는 위대했다. 갈릴레오가 최초의 천체망원경을 만들어 목성을 관찰했을 때 목성 주위를 도는 위성을 발견하여 수천 년 내려오던 천동설을 무너뜨리리라고 기대했을까. 마젤란이 서쪽으로 서쪽으로 ‘세상의 끝’을 향해 항해하면서 그가 새 대륙과 새 세상을 발견하게 될 줄 알았을까. 이런 순진한 기대를 갖고 한국도 세계 최대 25m급 거대 마젤란망원경 프로젝트에 당당한 파트너로 참가하니 우리 가슴이 벅차다.
몸속에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원자 중 내 몸이나 부모 혹은 지구가 만든 것은 하나도 없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소는 초기 우주 3분 동안에 만들어진 것이며 탄소 산소 철 등 나머지 원소는 모두 먼저 살다 간 별이 만든 것이다. 나를 낳아 준 부모와 조상에 대해 평생 배우는 우리가 우주와 생명의 근원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은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21세기 현대문명의 지도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석영 연세대 교수 천문우주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