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장 계급장 군복입고 “군납 알선” 속여
“국정원에서 근무하는데 아직 혼자예요.”
손모 씨(48·무직)는 2004년 8월 인터넷 ‘소띠 모임’ 카페에서 만난 김모 씨(48·여)에게 이렇게 거짓말을 했다. 2001년 남편과 사별한 김 씨가 1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소유한 재력가였기 때문. 훤칠한 외모의 손 씨에게 호감을 느낀 김 씨는 “시아버지가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출소했다”며 “아들이 취업을 하지 못할까 걱정된다”는 말까지 털어놨다.
손 씨는 “우리 외할아버지도 정치사상범이라 나도 육군사관학교 필기시험에서 떨어졌다”며 “300만 원만 주면 깨끗하게 과거를 지워주겠다”고 속였다. 손 씨는 이때부터 “부동산, 임야 등에 투자해 돈을 불려주겠다”며 김 씨를 속여 6년여 동안 11억 원을 가로챘다.
손 씨는 향우회 모임이 있을 때마다 준장 계급장이 달린 군복을 입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나갔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손 씨를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