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 놀면서 스스로 배운다” 보육+교육 ‘에듀케어’ 서비스 실현
《경북 월성원자력본부 어린이집이 동아일보의 ‘아이와 출근해요’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는 보육컨설팅·위탁기관인 푸른보육경영이 설치 과정을 컨설팅했으며 위탁운영도 맡았다. 월성원자력어린이집은 최근 문을 열었으며 개원식은 다음 달 초에 연다.》
경북 월성원자력본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보육교사가 읽어주는 책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선행학습 대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려 애쓰고 있다. 오른쪽은 어린이집 교실 입구에 붙어있는 동아일보의 ‘아이와 함께 출근해요’ 캠페인 로고판. 동아일보가 캠페인에 동참하는 보육시설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다. 경주=최재호 기자
“교사 자질 높아야 신뢰” 임금 20% 더 주고 뽑아
여성직원 대부분 자녀 맡겨
앞으로 바다가 보이고 뒤로 산을 등지고 있다. 건물 뒤쪽으로는 널찍한 잔디 운동장이 펼쳐져 있다. 건물 안에 들어서니 복도는 넓고 공부방은 큼직큼직하다. 방과 방 사이를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했다. 최근 문을 연 경북 경주시 양남면의 월성원자력어린이집은 총면적이 1700m²나 된다. 웬만한 어린이집 두 개를 합친 크기다. 대형 강당까지 갖췄다. 넓은 공간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큰 선물이다.
이 어린이집의 더 큰 장점은 어린이집의 보육 기능과 유치원의 교육 기능을 통합했다는 데 있다. 이른바 ‘에듀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배성옥 원장은 “아이들이 맘껏 놀면서 꼭 필요한 학습능력을 스스로 키우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야외로만 돌리는 건 아니다. 연령별 교육 프로그램도 충실하다. 만 5세 아이들에게는 원어민 영어 강사를 초청해 영어 수업도 진행한다. 선행학습이 아니라 원어민을 통해 외국의 다양한 문화를 간접 체험토록 하겠다는 뜻이다. 배 원장은 이 프로그램을 ‘영어체험교육’이라고 불렀다.
어린이집의 정원은 228명. 현재까지 150명이 찼다. 이 가운데 맞벌이 부부가 맡긴 아이는 23명이다. 이 아이들은 부모가 퇴근하는 오후 7시 반까지 어린이집에서 맡아준다. 부모가 맞벌이가 아닐 경우엔 오후 3시 반까지만 맡는다. 가정에서 부모와 더 많은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김종욱 월성원자력본부 행정실 차장은 “부모가 자기 시간을 만끽하려고 보육교사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직장어린이집은 일하는 부모들이 맘 편히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그래도 부모의 손길보단 못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에는 배 원장을 포함해 모두 18명의 보육교사가 있다. 월성원자력본부는 보육교사의 복지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훌륭한 교사를 뽑기 위해 임금도 어린이집 보육교사 평균보다 20%를 더 얹었다. 김 차장은 “교사의 자질이 떨어지면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육교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월성원자력본부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여성은 40여 명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다. 아이가 없거나 이미 성장한 경우를 빼면 대부분의 여성 직원이 이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다. 배 원장은 “어린이집은 많지만 보낼 곳이 없다고 하는 부모가 많은데, 아마 믿고 맡길 곳이 없다는 얘기인 것 같다”며 “직장보육시설을 늘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 ‘청일점’ 이화민 씨
“보육교사는 여성의 직업?… 남자가 할 일 많아요”
어린이집마다 보육교사는 많지만 남성 보육교사는 흔치 않다.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것이 이 씨의 ‘임무’다. 이 씨는 어린이집 뒤편에 있는 널따란 잔디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뛰어놀 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 씨는 원래 축구선수였다. 다리를 다치지만 않았다면 아직도 축구계에 있을지도 모른다.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없게 되자 6년 전 사회복지 분야로 방향을 바꿨다. 처음에는 주로 자폐증과 다운증후군 등 장애 아동을 돌봤다. 장애 아이들은 다루기가 좀 힘들긴 하지만 아이들과 노는 것은 다 재미있는 일이란다. 물론 무한정 쉬운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직업’으로 여겨지는 보육교사를 지원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 씨는 “현장에선 남성 보육교사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떼를 쓰면 체력이 약한 여성 보육교사가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다. 또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면 ‘흥분’해 통제가 안 될 때가 많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야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다.
이 씨의 체중은 97kg. 언뜻 봐도 거구다. 아이들은 그런 이 씨를 무서워할까. 그 질문을 던지던 순간에 아이 한 명이 그의 엉덩이를 치고 지나갔다. 이 씨는 개의치 않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이들은 교사의 덩치에 기가 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교사들을 무섭다고 느끼게 해선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교사들이 욱해서도 안 됩니다.”
이 씨는 요즘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며 평생 이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보육교사들은 행복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아이들이 불행한 교사의 얼굴을 접하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것.
“공부가 모든 것이 돼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은 항상 즐거워야 합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산업부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사회부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교육복지부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오피니언팀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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