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에 접해 있는 서독 니더작센 주의 주(州)법무부는 연방정부와 다른 주정부의 협조를 받아 1961년 11월 24일 잘츠기터 시에 중앙법무기록소를 만들었다. 탈출에 성공한 동독인들이 당한 인권 탄압 사례를 6하 원칙에 따라 기록해 놓기 시작했다. 이 작업은 동방정책을 편 빌리 브란트 총리가 동독과 기본조약을 맺은 후에도 계속됐다. 동독은 독일의 일부이고, 인권은 주권을 넘어선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자료는 통일 후 일부 동독인에 대한 기소 근거로 활용됐고, 고용 신원조회 자료로도 쓰였다.
▷북한 김정일 집단이 정치범수용소에서 자행하는 인권 탄압을 당장엔 범죄로 처벌할 수 없지만 이들의 범죄 사실을 낱낱이 기록해 놓고 공소시효도 정지해 놓을 필요가 있다. 2005년부터 한나라당 의원들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법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가 북한과 협상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반대해 지난해 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를 뺀 북한인권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대신 통일부는 북한인권재단을 만들어 그 일을 맡기기로 했다. 관련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지만 언제 통과될지 기약이 없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