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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클래식+힙합’…칸타타가 뛰고 구른다

입력 | 2010-04-29 03:00:00

비보이와 만난 ‘카르미나 부라나’
내달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빠른 리듬 12곡에 화려한 춤 접목
리버스 크루-합창단-성악가 협연
“중세의 사랑, 현대와 다를게 없어”




26일 오후 서울시합창단과 리버스 크루가 만나 처음 호흡을 맞췄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앞에서 선보인 비보이들의 화려한 몸놀림에 오세종 단장(왼쪽)과 합창단원들은 탄성과 갈채를 보냈다. 사진 제공 세종문화회관

《독일 작곡가 카를 오르프(1895∼1982·사진)의 칸타타 ‘카르미나 부라나’.

20세기 클래식 곡 중 이례적으로 대중적 성공을 이룬 작품이다. 특히 첫 곡 ‘오 포르투나’(운명의 여신이여)의 멜로디는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TV 오락물에서 중대한 결단을 암시할 때마다 팀파니의 강타와 함께 힘찬 합창이 울려나오면 여지없이 이 곡이다.》

영화 ‘엑스칼리버’ ‘내추럴 본 킬러’에도, 샬럿 처치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음반에도 등장하는 이 대중적 칸타타 공연에 비보이가 뛰어들어 돌고 뛰고 구른다. 5월 13일 오후 7시 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서울시합창단 118회 정기연주회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와 비보이가 만나다’.

오세종 단장이 지휘하는 서울시합창단에 광주시립합창단과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이 가세하고 비보이 그룹 ‘리버스 크루’가 화려한 비보이 동작을 선보인다. 전 25곡 중 빠르고 화려한 리듬을 가진 12곡에 비보이가 등장한다. 리버스 크루는 1997년 결성돼 2005년 영국 비보이 챔피언십 우승, 2007년 프랑스 비보이 월드컵 참가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번 공연에는 10명이 무대에 오른다.

“처음 제안을 듣고는 조금 놀랐죠. 하지만 음악을 듣자마자 단원들의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샘솟았어요. 힙합과 좀 다르지만 춤추기 좋은 곡이 많거든요. 음악이라면 무엇에든지 맞춰 춤출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요.”

리버스 크루 단원 김효근 씨는 “힙합 문화에 심취한 사람과 클래식 팬이 서로 간격을 좁힐 수 있는 공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독일 바이에른 주의 수도원에서 나온 중세의 세속적 시에 곡을 붙인 칸타타다. 단원 조태원 씨는 “가사를 읽어 보니 시를 지은 사람들이 우리 또래인 20대인 것 같더라”고 했다. “사랑에 빠져서 애타는 마음을 나타낸 노래도 있고, 일이 뜻대로 안 풀린다고 투덜거리는 곡도 있죠. 옛사람들 얘기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와도 다를 게 없었습니다.”

오 단장은 16년 전 국립합창단장 재직 시절 국립발레단과 ‘카르미나 부라나’를 공연한 경험을 토대로 이번 무대를 착안했다고 말했다. “당시 엿새 동안 8회 공연을 했는데 성황을 이뤘죠.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에 사람들이 목말라 있다는 걸 느꼈어요. 우연히 리버스 크루의 서덕우 단장을 만나 이야기하다가 함께 공연하자는 데 의기투합했습니다.” 그는 싱코페이션(당김음) 등 다양한 리듬 요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카르미나 부라나’가 힙합 음악을 연상시키는 대목이 있다는 점도 단서가 됐다고 말했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나치 집권 시절인 1936년 발표됐다. 당시 나치는 “독일어 가사보다 라틴어가 많다” “리듬이 흑인음악을 연상시킨다”며 거부감을 보였지만 막상 큰 인기를 얻자 “선택된 민족의 건강한 중세 생활을 그렸다”고 장려했다. 이 때문에 이 작품은 1950년대 중반까지도 ‘나치 음악’으로 오해받아 미국에서 연주되지 못했다.

솔리스트로는 소프라노 박미자 씨, 테너 신동호 씨, 바리톤 송기창 씨가 출연한다.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1만∼5만 원. 1544-1887, 02-399-1779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