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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팬텀 씨]Q: 국악기 생황, 화음 어떻게 내나요?

입력 | 2010-04-29 03:00:00


―국악방송을 듣다 생황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딘가 국악기 소리처럼 들리지 않았거든요. 국악기 중 유일한 화음악기라는 설명도 낯설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화음을 내는 건가요.(김정은·37·서울 강서구 염창동)

A: 대나무관 여러개 꽂아
구멍 막으며 화음 연주

생황(사진)은 쇠로 만든 통에 크기가 다른 대나무관을 여러 개 꽂은 악기입니다. 쇠통에 붙은 취구에 입을 대고 숨을 내쉬거나 들이마실 때 관 밑에 붙은 금속 리드가 떨리면서 소리가 납니다. 관마다 아래쪽에 구멍이 있는데, 구멍을 하나 막으면 한 음이 나오지요. 동시에 여러 개의 구멍을 막을 수 있으니까 여러 음을 한꺼번에 낼 수 있어 화음 연주가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3화음’을 기본으로 하는 서양 음악과 달리 생황은 한 음을 낼 때 같이 내는 음이 정해져 있습니다. 서양 음계를 예로 들어 ‘도’음을 낸다면 한 옥타브 위의 도와 파 또는 솔을 같이 냅니다.

지난해 국립국악원이 문묘제례악을 연주할 때 일제강점기 이후 편성에서 빠져 있던 생황을 넣어 주목받았습니다. 국립국악원 이숙희 학예연구관은 “생황의 맑고 신비로운 음색이 연주를 풍성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생황은 의외로 대중과 자주 접촉해 왔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건물 벽면에는 생황과 피리를 부는 두 선녀가 부조돼 있습니다. 영화 ‘취화선’에서 기생 매향이 부는 악기도 생황이지요. 영화에서 화가 장승업은 단소를 부는데, 실제로 생황은 단소와 짝을 이뤄 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듀오를 ‘생소병주’라고 합니다. 김홍도의 ‘송하취생도’, 신윤복의 ‘주유청강’ 등 옛 그림에서도 생황 부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연원을 따져 보면 오르간과 생황의 ‘조상’격 악기는 중앙아시아의 한 지점으로 합류한다고 합니다. 동서양에서 크기가 전혀 다른 악기로 나뉜다니, 흥미롭죠.

사실 유일한 화음 국악기라는 특성 때문에 생황은 튀어 보입니다. 합주할 때 다른 국악기들은 모두 한 음을 내는데 생황 홀로만 여러 음을 내는 모습을 생각해 보세요.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생황은 최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전공자를 따로 뽑지 않고 피리 전공자가 함께 부는 악기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요즘엔 독주자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생황 연주자 김효영 씨는 30일 ‘생황콘서트-환생’(오후 8시,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1577-7766)에서 전통 17관 생황과 창작음악에 쓰는 24관, 36관 생황을 모두 연주합니다. 장구와 생황의 이중주 ‘생황을 위한 풍류’부터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곡 ‘리베르 탱고 ’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넘나드는 연주를 펼칠 예정입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팬텀(phantom@donga.com)에게 e메일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씨가 대답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