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방송을 듣다 생황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딘가 국악기 소리처럼 들리지 않았거든요. 국악기 중 유일한 화음악기라는 설명도 낯설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화음을 내는 건가요.(김정은·37·서울 강서구 염창동)
A: 대나무관 여러개 꽂아
구멍 막으며 화음 연주
생황(사진)은 쇠로 만든 통에 크기가 다른 대나무관을 여러 개 꽂은 악기입니다. 쇠통에 붙은 취구에 입을 대고 숨을 내쉬거나 들이마실 때 관 밑에 붙은 금속 리드가 떨리면서 소리가 납니다. 관마다 아래쪽에 구멍이 있는데, 구멍을 하나 막으면 한 음이 나오지요. 동시에 여러 개의 구멍을 막을 수 있으니까 여러 음을 한꺼번에 낼 수 있어 화음 연주가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3화음’을 기본으로 하는 서양 음악과 달리 생황은 한 음을 낼 때 같이 내는 음이 정해져 있습니다. 서양 음계를 예로 들어 ‘도’음을 낸다면 한 옥타브 위의 도와 파 또는 솔을 같이 냅니다.
생황은 의외로 대중과 자주 접촉해 왔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건물 벽면에는 생황과 피리를 부는 두 선녀가 부조돼 있습니다. 영화 ‘취화선’에서 기생 매향이 부는 악기도 생황이지요. 영화에서 화가 장승업은 단소를 부는데, 실제로 생황은 단소와 짝을 이뤄 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듀오를 ‘생소병주’라고 합니다. 김홍도의 ‘송하취생도’, 신윤복의 ‘주유청강’ 등 옛 그림에서도 생황 부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연원을 따져 보면 오르간과 생황의 ‘조상’격 악기는 중앙아시아의 한 지점으로 합류한다고 합니다. 동서양에서 크기가 전혀 다른 악기로 나뉜다니, 흥미롭죠.
사실 유일한 화음 국악기라는 특성 때문에 생황은 튀어 보입니다. 합주할 때 다른 국악기들은 모두 한 음을 내는데 생황 홀로만 여러 음을 내는 모습을 생각해 보세요.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생황은 최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전공자를 따로 뽑지 않고 피리 전공자가 함께 부는 악기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요즘엔 독주자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생황 연주자 김효영 씨는 30일 ‘생황콘서트-환생’(오후 8시,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1577-7766)에서 전통 17관 생황과 창작음악에 쓰는 24관, 36관 생황을 모두 연주합니다. 장구와 생황의 이중주 ‘생황을 위한 풍류’부터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곡 ‘리베르 탱고 ’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넘나드는 연주를 펼칠 예정입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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