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 스페인 원정대 도움 요청해 한때 하산 중단
오은선과 KBS 촬영팀 2명, 셰르파 3명은 27일 오후 3시(현지 시간·한국 시간 오후 6시 15분) 안나푸르나(8091m) 정상에 오른 후 오후 9시 반 캠프4(7200m)로 돌아왔다. 등정을 위한 13시간 15분의 사투에 6명은 기진맥진 상태로 텐트에 쓰러졌다.
문제가 생긴 건 원정대가 캠프4에서 잠이 든 직후. 오은선에 이어 정상을 밟은 스페인 원정대 3명 중 2명이 연락 두절이고 1명은 급격한 체력 저하로 7600m 부근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베이스캠프의 스페인 원정대는 오은선 원정대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고 이는 곧 오은선에게 전해졌다. 오은선은 “사람이 살아 있는데 그냥 내려갈 순 없다. 등반 장비는 버리더라도 구조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셰르파 3명이 조난자를 업고 내려오다간 우리도 죽을 수 있다며 구조작업을 거부했다. 고산에서 성인 1명을 수송하는 데에는 4명 이상이 필요하다.
베이스캠프에서는 국제원정대 소속의 스페인 대원 1명이 헬기를 타고 올라가 6500m 부근에 내려 캠프4의 루마니아 대원, 셰르파 1명과 함께 조난자를 구조할 계획을 세웠다. 베이스캠프의 오은선 원정대는 산소와 로프, 배낭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짙은 안개로 헬기는 뜨지 못했다.
결국 오은선 원정대는 오후 1시 반 하산을 시작해 3시간 뒤 캠프1(5100m)에 도착했고 29일 오전 중으로 베이스캠프로 내려올 예정이다.
안나푸르나=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