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업계에서 이렇게 매일같이 ‘죽는소리’를 해대는 것을 정부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그것을 들어줄 수만은 없다는 게 문제다. 23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나온 ‘주택거래 활성화와 미분양 감소 대책’을 보면 ‘가만히 있을 수도, 전면에 나설 수도 없는’ 정책 당국자의 고민들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날 대책을 꼼꼼히 뜯어보면 그간에 나왔던 지원책들을 연장하거나 그 폭을 확대하는 것 말고는 딱히 새로울 게 없었다. 건설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온 금융규제 완화 등 핵심내용은 빠졌다. 이날의 대책에선 오히려 건설사에 대한 ‘당근’보다는 정부가 이들에게 보내는 ‘채찍’의 메시지가 더 눈에 들어왔다.
건설업계는 이런 정부의 스탠스에 벌써부터 발을 맞추는 분위기다. 우선 건설사들의 신규 분양 동향을 보면 과거와는 달리 신중한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워낙 분량 물량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한 지역에서 대량 판촉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에너지 사용료 등 관리비를 아낄 수 있는 친환경 기술 집약형 아파트도 대세 중의 하나다. 또 일부는 악성 미분양이 많은 대형평형을 줄이는 대신 비록 마진은 덜 남지만 상대적으로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중소형 아파트의 비율을 늘리고 있다.
어떤 산업이든 경기는 항상 돌게 마련이다. 이 아픈 시기를 거치면 비록 쓰러질 곳은 쓰러지더라도 견실한 기업들이 살아남아 다시 한국의 건설업을 발전시킬 것이다. 건설사들이 이 점을 명심하고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길 기원해 본다.
유재동 경제부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