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년 전 동양을 향한 서양의 전진기지
세계유산 성당만 8곳 그 사이 늘어선
라스베이거스급 카지노
《마카오는 두 얼굴의 도시다. 그 둘은 성(聖)과 속(俗), 동과 서다. 성이란 25개나 되는 세계유산 중 8개를 차지하며 도시 전체를 통틀어 총 18개를 헤아리는 성당(로마가톨릭)을 말함이다. 그리고 속이란 10년 새 33개로 늘어난 카지노 덕분에 ‘아시아판 라스베이거스’로 거듭 태어난 카지노 타운 마카오를 지칭한다. 또 다른 두 얼굴은 양(洋)의 동서(東西)가 혼재한 모습. 이것은 1557년 포르투갈이 유럽인 최초로 중국대륙인 이곳에 무역거점으로 둥지를 튼 이래 1999년 반환 때까지 400여 년간 광둥 성에 뿌리내린 유럽문화가 토착 중국문화와 어울린 그것이다. 이런 상반된 둘의 어울림, 글쎄. 어떤 모습일지. 마카오 여행은 그래서 흥미롭기만 하다.》
○ 세계유산의 도시, 마카오
작은 도시 마카오에 이렇듯 많은 세계유산이 있는 이유. 그것은 이곳이 최초로 동서양의 문화와 문물이 만나 빚어낸 독특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포르투갈이 중국에서도 해양문화권의 광둥 지방과 어울려 빚어낸 아주 특별한….
그런 마카오의 얼굴은 역시 성 바울 성당(1602∼1637년 건축)이다. 66개 계단 위에 건물정면(파사드)이 정교한 부조로 장식된 아름다운 성당은 안타깝게도 정면과 계단, 좌측 일부 벽면과 지하실밖에 남아있지 않다. 나머지는 1835년 화재로 소실됐는데 당시 화재는 이 성당을 건축한 예수회(로마가톨릭)가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축출당한 뒤 막사로 이용하던 군대의 실수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폐허가 됐지만 건물정면만큼은 잘 보존돼 성당의 위용을 어느 만큼은 가늠할 수 있다. 뒤쪽 지하에 폐허에서 발견된 유물을 전시하는 종교예술박물관이 있다.
마카오는 한국 천주교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신부수업(1837∼1842년)을 받은 곳. 그래서 한국인 성지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김 신부가 신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마카오를 찾은 것은 1837년, 그러니까 성 바울 성당이 불에 탄 지 2년 후다. 신학생 시절 김 신부는 폐허가 된 성당을 자주 찾았는데 당시 사제에게만 허용됐던 돌계단 66개를 무릎으로 기어서 오르며 “사제가 되어 성당의 중앙 문을 통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김 신부의 모습을 예수회는 ‘믿음으로 김 신학생을 따를 사람이 없었다’고 기록해 두었다.
김 신부가 5년간 신학생으로 공부한 이곳은 파리외방전교회 극동대표부가 운영하던 ‘마카오 신학교’. 중국 대륙을 경유해 6개월이나 걸린 마카오까지의 이 긴 여정을 당시 김 신부는 최양업(한국 천주교 두 번째 사제) 최방제와 함께 찾았다. 1984년 성인품에 오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족적은 조각상과 그림 등으로 마카오 도처에서 확인된다. 카사가든과 담을 공유하는 카모에스공원에는 갓과 도포 차림으로 왼편 가슴에 성서를 안고 축복하며 서있는 모습의 동상이, 공원 입구 건너편의 성 안토니오 성당(당시 신학교)에는 목상이 있다. 이 성당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한국인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 동양의 라스베이거스
그 계기는 2001년 마카오 카지노재벌 스탠리 호의 40년간 마카오 도박면허 독점시한 폐지. 마카오 정부는 마카오를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로 만들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타이쿤에게 러브 콜을 보냈다. 그 결정은 주효했고 그 10년 후 마카오는 계획대로 라스베이거스를 쏙 빼닮은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거듭 태어났다. 그것도 싸구려 뷔페와 노름꾼 위주로 칙칙했던 1980년대 카지노타운 라스베이거스가 아니라 메가 리조트(객실 2000개 이상의 초대형 카지노)와 초대형 쇼핑센터, 대규모 컨벤션 시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첨단 관광도시로.
그 현장을 둘러보려면 코타이 스트립이 제격이다. 코타이 스트립은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립’(메가카지노리조트가 밀집한 라스베이거스 중심거리 ‘라스베이거스 불러바드’의 애칭)을 본떠 조성한 마카오의 새 카지노 중심가. 마카오 반도 남쪽의 두 섬(타이파, 콜로안) 사이를 매립해 조성한 ‘신천지’ 중심가로 셸던 애덜슨의 더 베니션 마카오와 포시즌 호텔이 그 핵심을 이룬다. 현재 마카오에 새로 짓거나 건축 중인 초대형 호화 카지노 리조트와 쇼핑센터는 모두 이 주변에 몰려 있다.
실내로 들어서면 기하학적 무늬의 대리석 바닥, 순금 금박을 입힌 르네상스풍 그림의 천장이 분위기를 압도하는데 마치 중세 성당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카지노 옆으로 베니스의 수로를 상징하는 운하 세 개가 흐르고 그 옆으로 상점 350개가 들어선 쇼핑가(그랜드캐널)가 있다. 곳곳에 다리가 놓였고 그 다리 운하로 베니스의 상징인 곤돌라가 운행된다. 벨칸토 창법의 미성으로 배 위에서 이탈리아 민요와 가곡을 부르는 사공의 노래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더 베니션 마카오에는 지난해 세계 최상급 포시즌 호텔이 새로 문을 열었고 힐턴, 콘래드, 셰러턴, 샹그릴라, 트레이더스 등 고급 호텔도 추가될 예정이다.
더 베니션 마카오 주변으로도 화려한 카지노리조트 단지가 즐비하다. 폴 스틸먼이라는 유명 디자이너가 건설 중인 ‘마카오 스튜디오 시티’는 TV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쇼핑몰과 플레이보이 맨션, 리츠칼튼, 매리엇, W호텔로 구성됐다. 스탠리 호 가족의 자본이 투자한 ‘시티 오브 드림’은 대형 스파와 수중 카지노가 핵심. 여기에 그랜드 하이엇과 크라운타워, 하드록과 스위트타워 등 네 개 호텔로 구성된다. 이 밖에도 ‘열대’와 ‘오아시스’가 주제인 ‘갤럭시 메가 리조트’에는 카지노 외에 세계 최대 규모의 파도 풀도 들어선다.
카지노는 마카오 반도의 바닷가 쪽에도 있는데 그 중심은 스탠리 호 소유의 리스보아(신구 카지노 두 개). 그 부근에 ‘금사(金砂)’라는 한자명의 샌즈 마카오와 윈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 마카오 등 라스베이거스 자본의 카지노가 있다. 또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의 전망타워 스트라토스피어처럼 마카오 반도 남단에도 높이 233m의 ‘마카오타워’가 있다. 61층 투명블록 바닥 전망대와 여기서 뛰어내리는 번지점프가 이 타워의 매력.
●여행정보
◇마카오 정보 ▽‘마카오 도보여행’ 책자=마카오에 관한 모든 정보가 상세히 담긴 안내책자(80쪽). 마카오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가 제작해 무료로 나눠준다. ▽한국사무소=서울 중구 을지로1가 백남빌딩(프레지던트호텔) 908호, 02-778-4402, www.macautourism.kr
◇교통 ▽항공로=인천∼마카오 직항 편 매일 출발. 마카오항공(www.airmacau.co.kr) 02-772-5400. 인천∼홍콩 수시운항. ▽해상로=홍콩∼마카오 페리 운항. 홍콩 경유 시 이용. 홍콩 카이탁공항에서 홍콩 입국수속을 밟지 않고 ‘트랜스퍼(transfer)’ 출구로 나가면 셔틀버스로 페리 선착장에 갈 수 있음. 여기서 페리 타고 마카오 외항터미널에 도착해 마카오 입국수속. 페리 탑승시간 50분.
◇음식 ▽레스토랑=곳곳에 포르투갈, 중국 레스토랑이 많다. △에스파소 리스보아=콜로안 마을의 골목 안에 있는 소박한 포르투갈 레스토랑. 포르투갈 와인을 곁들여보자. 현지 전화 853-2888-2226 △임페리얼코트=퓨전 광둥요리를 시식할 수 있는 MGM그랜드 카지노호텔의 중식당. 점심 메뉴로는 딤섬 코스가 좋다. 현지 전화 853-8802-8888 ▽거리음식=육포(저키)와 코코넛쿠키, 대만식 후추빵 등 다양한데 성 바울 성당과 세나도 광장을 잇는 골목길 양편에 즐비하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등장했던 버블티 판매점도 여기에 있다. 에그타르트(계란빵) 명가로 한국에도 진출한 로드 스토스 베이커리는 콜로안 빌리지에 있다.
마카오=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