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펀드 수익률이 좋을 때 성과급이 없다. 주식형펀드의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일반주식형 기준) 21.8%인데 이는 어떤 금융상품보다 높은 성적이다. 그래도 미리 정해진 보수 외에는 한 푼도 더 받지 않는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특정 시기에 마이너스 성적이 난 것을 가지고 염치없게 보수를 받는다고 몰아세울 일만은 아니다. 또 판매사는 전산투자 비용도 많이 들어갔고 최근에는 펀드가입 상담절차가 복잡해져 인건비도 만만찮다. 하지만 찬반 양론을 떠나 3년 이상 투자자에게는 보수를 인하해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싶다.
그런데 판매보수 인하 못지않게 되짚어 봐야 할 점은 장기투자 문화를 제대로 갖춘 운용사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운용업계 임원들의 평균 근무연수는 3년 남짓으로 알려졌다. 또 펀드매니저들의 평균 근무기간도 5년을 넘지 못한다. 심지어 펀드매니저들이 2, 3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곳도 있다. 운용을 잘하는 매니저는 스카우트되기 때문에, 못하는 매니저는 수시로 해고당하는 탓에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는 척박한 환경에서 장기투자에 대한 철학과 일관성이 제대로 갖춰질지 의문이다. 반면에 외국의 운용사에서는 백발의 할아버지 펀드매니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펀드만 수십 년씩 운용하는가 하면 부자(父子)가 같은 회사에서 대를 이어 운용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고객과 같이 늙어가면서 고객의 자산을 자기 재산처럼 살피고 불려 나간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