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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飽食終日하여 無所用心이면 難矣哉라…

입력 | 2010-04-30 03:00:00

배불리 먹고 하루를 마쳐서 마음 쓰는 곳이 없다면 곤란하도다.
쌍륙과 바둑이란 것이 있지 않은가? 이것이라도 하는 것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대학’에서 ‘小人閑居(소인한거)에 爲不善(위불선)호되 無所不至(무소불지)니라’고 했다. ‘소인은 한가로이 거처할 때 좋지 못한 짓을 하되 이르지 못하는 바가 없이 한다’는 뜻으로, 德性을 기르지 않고 시간을 허비하는 자들을 경계한 것이다. ‘논어’ ‘陽貨’의 이 제22장에서 공자가 놀고먹는 자들을 꾸짖은 것과 뜻이 통한다.

無所用心은 마음 쓰는 곳이 없다는 말이다. 難矣哉는 단정과 감탄의 어조를 지닌다. 難은 인간의 자격으로나 수행의 자세로나 困難(곤란)하다는 뜻이다. 博奕의 博에 대해 주자는 局戱(국희)라고 주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장기라고 번역하는데 실은 주사위를 이용하여 놀이하는 雙六(쌍륙)을 가리킨다. 奕은 바둑이다. 博奕은 賭博(도박)이 아니라 遊戱(유희)를 뜻한다. 爲之의 之는 博奕을 가리킨다. 猶는 ∼보다 낫다는 뜻이다. 已는 止와 같은데, 여기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말한다.

‘맹자’ ‘등文公(등문공) 상’에도 “인간에게는 도리가 있거늘,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어 편안히 지내기만 하고 가르침을 받는 일이 없으면 금수와 가깝게 되고 말 것이다”라고 했다. ‘陽貨’ 제22장의 飽食終日, ‘대학’에서의 閑居, ‘맹자’에서의 ‘飽食煖衣(포식난의)’는 모두 빈둥빈둥 지내는 ‘逸居(일거)’를 뜻한다. 공자는 안일하게 지내기보다는 차라리 쌍륙이나 바둑에라도 마음을 專一(전일)하게 쏟는 것이 낫다고 했다. 사람은 마음 쓰는 바가 없어서는 안 되기에 순수한 유희라면 가치가 있다고 봤다. 道樂으로 고전을 공부하는 일도 마음을 專一하게 갖는 한 가지 방법이 아니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