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는 ‘하녀’를 계기로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계속해서 도전해 나가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칸 남우주연 가능성? 난 조연!
하녀는 17년 연기의 터닝포인트
전도연 파격에 대한 열정 존경…
장동건 ‘비밀 연애’ 부럽기만 해요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전 조연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제 이름값 때문에 주연으로 볼 테지만, 외국인들이 ‘하녀’를 보는 시점에선 조연입니다. ‘하녀’는 전도연과 윤여정의 영화죠. 하녀에게도 고결함이 있다는 것을 그리는 영화에서, 나는 그 고결함을 더 강조하기 위해 하녀에게 모멸감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정재의 말처럼 그는 ‘하녀’에서 주연을 돋보이게 해준다. 더욱이 캐릭터까지, 선하거나 정의로운 것과는 거리가 먼, “썩 좋지 않은” 캐릭터다. 남자배우로서도 힘들었던, 도발적인 베드신의 민망함까지도 감수했다. 그럼에도 그는 13일 열린 ‘하녀’ 제작보고회에서 “17년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고 했다. ‘하녀’는 평소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임상수 감독의 연출작이고, 앞으로 “캐릭터 변화가 익숙한 배우가 되는”, 그 시작의 작품이다.
“지금까지 연기해보지 않은 (나쁜)캐릭터이고, 껄끄러운 대사와 연기하기에 불편한 장면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찍고 나면 팬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실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러나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고, 매력도 있어 출연하게 됐어요.”
이정재는 ‘하녀’를 통해 작품 선택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같은 배우로 20년 가까이 활동하면서 이제야 처음 만났다”면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음에도 ‘파격’이란 단어가 나오는 영화에서 그런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의 그 열정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꼭 다시 한 번 더 작업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요즘 장동건·고소영 커플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고소영과 10년지기 ‘절친’이고, 장동건과도 2005년 영화 ‘태풍’을 함께 찍으며 친분을 쌓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결혼 소식에 나도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그들의 ‘비밀’ 연애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나도 불같은 사랑을 하고 싶은데, 마음 같이 잘 안되네요. 불같은 사랑을 나눌 상대를 빨리 만나고 싶어요.”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