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7년 조선신궁 기념사진첩서 드러난 일제의 ‘선전술’
500여점 수록 사진 통해
‘은 혜받은 근대조선’ 강조
사진연출-인물선택 활용
‘순치된 조선’ 이미지 각인
서울 남산 중턱의 조선신궁에서 찍은 경성의 야경. 1937년 나온 조선신궁 사진집에 수록돼 있다. 일제는 자신의 ‘은혜’로 조선이 근대화되고 있다는 왜곡된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전깃불 야경을 활용했다. 사진 제공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사진집에서 조선은 미개한 곳이 아닌 낭만적인 공간으로 그려진다. 필터를 사용해 안개가 낀 듯한 평온하고 몽환적인 농촌을 연출했다. 소를 몰아 밭을 가는 농부, 새를 쫓는 방울을 흔드는 아이들의 모습 등이다. 반면 도시의 풍광은 사선으로 잘라 편집하는 식으로 역동적으로 그렸다. 김 교수는 “미개했던 조선이 제국의 ‘은혜’로 인해 평화와 근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상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피사체가 되는 조선인은 노인과 아이, 여인으로 한정해 순치된 조선의 이미지를 표출했다. 조선신궁을 찍은 사진들은 아름답고 숭엄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로 그려졌다. 조선의 노인이 신궁 앞에서 웃고 있는 모습 등이다. 이미지 연출을 위해 사진을 중첩하거나 합성한 흔적들도 드러난다.
조선신궁 입구 사진과 조선의 노인, 여학생의 모습을 합성한 사진. 일제는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신궁을 찾는다’고 왜곡하기 위해 사진을 합성했다. 또 노인과 어린이, 여성을 집중적으로 등장시켜 ‘순치된 조선’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사진 제공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이날 워크숍에서 목수현 HK 연구교수는 ‘조선미술전람회의 문명화의 선전’ 발표를 통해 1922년부터 개최된 조선미술전람회를 조명했다. 그는 조선미술전람회가 △작가의 거주지를 강조함으로써 조선 전체를 일제가 통합 장악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형상화했고 △그림 소재의 변천을 통해 ‘향토 조선’에서 ‘근대화된 조선’으로 바뀌는 모습을 조선인들에게 선전하는 효과를 노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