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돌 지난 국내 첫 장기이식용 복제돼지 ‘지노’ 아빠돼지 되다
지난해 4월 태어난 장기이식용 복제미니돼지 ‘지노’가 1년을 넘겨 아빠가 됐다. 과학자들은 지노를 이용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세포나 화상 환자를 위한 피부세포 등 거부 반응이 없는 바이오장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할 계획이다. 지노에게서 올 초 태어난 ‘지노 2세’(오른쪽). 사진 제공 국립축산과학원
《지난해 4월 3일 태어난 국내 최초의 장기이식용 복제미니돼지 ‘지노’(수컷)가 돌을 넘었다. 지노는 1년 만에 훌쩍 커버려 벌써 아빠가 됐다. 경기 수원시 농업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특수 축사에서 살고 있는 지노를 단독 취재해 지노가 성장한 모습과 앞으로의 계획을 공개한다. 기사는 지노가 직접 말하는 방식으로 작성했다.》
내 유전자는 반쪽만 없앤것
완 전 제거때까지 번식해야
사람에 혹시 질병 옮길까봐
격리실 살며 특별대우 받아
내 이름은 지노야. 내가 누구냐고? 난 미니돼지인데 한마디로 덩치가 작은 돼지야. 우리는 다 커도 몸무게가 80kg에 불과해. 난 지금 몸길이 70cm에 몸무게는 63kg으로 자랐어.
○ 유전자조작 면역세포 공격 않게
면역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를 쉽게 설명하면 이래. 우리 몸에 병원균이 들어오면 백혈구나 항체 같은 면역세포들이 병원균을 파괴해. 장기이식도 마찬가지야. 즉 내 몸에 옮겨 심은 남의 장기를 면역세포들이 병원균으로 생각하고 공격하는 거지. 어떻게 남의 장기인지 아느냐고? 장기에 붙어 있는 아주 미세한 단백질 때문이야.
장기를 이식할 때 가장 먼저 일어나는 면역거부 반응을 ‘초급성 면역거부’라고 해. 초급성 거부 반응을 없애지 않으면 돼지 장기를 이식하자마자 환자가 죽고 말 거야. 이걸 어떻게 없애느냐고? 장기 표면에는 ‘알파갈’이라고 하는 단백질이 붙어 있어. 원래는 ‘알파1-3갈락토스’인데 줄여서 이렇게 불러. 면역세포가 알파갈 단백질을 발견하면 마구 공격해서 초급성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난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없앤 상태로 태어났단다. 그래서 나를 ‘유전자 조작’ 돼지라고 해. 또 나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세포핵을 껍데기 난자(핵을 제거한 난자)에 합쳐 수정란을 만들었지. 이게 ‘동물복제’ 방식과 똑같아서 날 ‘복제미니돼지’라고 불러. 장기이식용 유전자조작 복제미니돼지는 미국에 이어 내가 세계 두 번째야.
○ 알파갈 유전자 없는 새끼 낳아
지난해 4월 태어난 뒤 난 꽤 자랐단다. 미니돼지라고는 해도 몸 색깔도 갈색이어서 얼핏 보면 작은 멧돼지처럼 보일걸? 게다가 새끼도 낳았어. 1월에 나처럼 알파갈 유전자가 없는 수컷과 암컷 한 마리씩 낳았어. 2월에는 수컷 두 마리가 또 태어났단다.
내가 아빠가 된 건 축하하지만 왜 이게 중요하냐고? 나 같은 복제돼지, 더구나 유전자조작 돼지는 사실 몸이 굉장히 약한 편이야. 정상적인 유전자를 건드려놨으니 몸이 성하겠어? 이제 새끼를 낳았으니 생식 능력을 믿을 수 있는 거지. 내가 새끼를 낳으면 어려운 유전자조작을 할 필요가 없어. 새끼를 낳아 나와 똑같은 장기이식용 돼지를 많이 만들 수 있단다.
○ 완벽한 장기 대신 일부장기 이식도
먼저 알파갈 유전자를 완전히 제거한 돼지를 만들어야 해. 사실 난 이 유전자가 반쪽만 제거된 상태란다. 유전자는 세포 안에서 두 개씩 쌍을 짓고 있어. 즉 보통 돼지는 알파갈 유전자가 2개 있는데 난 그중 하나만 제거한 거야. 어떻게 둘 다 없애느냐고? 나처럼 알파갈 유전자가 반만 사라진 암컷과 수컷이 나오면 이들을 교배시켜 유전자 한 쌍을 모두 없앤 돼지를 만들 수 있단다.
알파갈 유전자 하나 없앴다고 바로 장기이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냐. 얼마나 많은 유전자가 관련되어 있는지 아직 잘 모른단다. 동물 실험에서 알파갈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의 콩팥(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했을 때 최대 생존 시간은 6개월에 불과해.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