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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발’ 전덕형 13년 소원 풀었다

입력 | 2010-04-30 03:00:00

아식스, 육상대표 6명 초청 ‘맞춤형 수제 경기화’ 지원




《2008년 여수 전국체육대회 육상 남자 100m에서 10초48로 골인한 전덕형(26·경찰대)은 1979년 서말구가 세운 한국 기록(10초34)을 깰 유력한 선수로 꼽힌다. 그는 좋은 신체조건(키 185cm, 몸무게 77kg)을 갖췄지만 핸디캡이 하나 있다. 오른발이 왼발보다 큰 짝발. 여태까지 똑같은 사이즈의 신발을 신고 뛰었다. 그는 “중학교 때 운동을 시작한 뒤 짝발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전덕형

오른발이 왼발보다 7mm 길어
맞 춤운동화로 ‘핸디캡’ 보완
“신기록으로 보답해야죠”


○ 생애 최초 맞춤 신발

전덕형뿐 아니라 많은 선수는 양발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전덕형은 7mm나 차이가 난다. 0.01초를 다투는 육상 단거리 선수로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이제 전덕형은 양발에 모두 맞는 경기화를 신고 트랙을 누비게 된다. 대한육상경기연맹 후원업체인 아식스는 최근 전덕형을 비롯해 6명의 한국 육상 국가대표 선수들을 일본 고베에 있는 아식스 스포츠공학연구소로 초청했다. 이들 개개인의 신체 특성에 꼭 맞는 수제 경기화를 제작해 주기 위해서다.

임은지(연제구청·여자 장대높이뛰기), 김민(건국대·마라톤), 김현섭(삼성전자·경보), 정순옥(안동시청·여자 멀리뛰기), 이선애(대구체고·여자 100m)도 함께했다. 27일 이 연구소에서 576개의 측정봉이 달린 첨단 측정계를 동원한 정밀검사가 이뤄졌다. 연구원들은 발목 유연성과 무릎 관절 각도, 골반 형태 등 32개 항목을 세세히 체크했다.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맞춤 신발은 7월경 세 켤레씩 선수들에게 전달된다. 전덕형은 “난생 처음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게 된 만큼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 맞춤 신발은 특급 선수의 상징

이 연구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에게만 맞춤 신발을 제공해 왔다. 한국 남녀 마라톤 최고 기록 보유자인 이봉주와 권은주는 물론이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 여자 금메달리스트 노구치 미즈키도 이 회사의 맞춤 신발을 신었다. 메이저리그의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시애틀)도 16년 단골이다.

첫 풀코스 출전이었던 올해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3분11초로 골인해 ‘제2의 이봉주’란 찬사를 받은 김민에게도 맞춤 신발은 의미가 각별하다. 그는 당시 오른발 엄지발톱이 빠지는 부상을 당했다. 자신의 발 사이즈(255mm)와 똑같은 크기의 신발을 신고 뛰었기 때문이다. 아식스 연구진은 “기존 신발은 김 선수의 좁은 발 폭을 보완해주지 못했다. 딱 맞는 사이즈를 신어야 했다. 맞춤 신발은 폭과 길이를 모두 김 선수의 발에 맞춰줄 수 있다”고 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한국 기록 보유자인 임은지도 왼쪽 발목 부상을 완화해주는 쿠션 보강 경기화를 지급받기로 했다.

맞춤 신발인 만큼 색상 선택은 자유이고 신발에 자신만의 로고나 글씨를 새길 수도 있다. 전덕형은 양쪽 신발에 자신의 이름과 7년간 사귄 여자친구의 이름을 새기기로 했다. 이재홍 연맹 필드기술위원장은 “정상 수준에 오른 엘리트 선수들에게는 미세한 신발의 차이가 기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맞춤 신발 덕에 한국 육상에 새로운 기록이 쏟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베=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