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단 삭제 안하면 매일 3000만원’ 법원 결정받은 조전혁 의원
명단공개 소신 왜 안꺾나
사생활 침해 아닌 알권리 충족
잘못 있는지 헌재에 물어볼 것
왜 전교조가 타깃인가
80년대 운동권이 지도부 장악
학생들에 반시장-친북 잘못 교육
서울남부지방법원은 15일 전교조 등 교원단체의 명단을 공개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에게 ‘조합원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데 이어 27일 ‘자료 공개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하루 3000만 원씩 전교조에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2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조 의원 사무실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후원금을 내겠다는 시민들의 지지전화도 많았다.
막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온 조 의원은 담배부터 꺼내 물었다. 그는 “생활인으로서 테러 수준의 공포를 느낀다”고 했다. “보증 잘못 서서 집도 날리고 월급도 차압당한 적이 있기 때문에 파산의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안다”고 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개된 그의 재산은 6억6852만 원. 집도 전세인 데다 빚도 있기 때문에 당장 낼 수 있는 돈은 1억 원 정도다. 실제로 돈을 지급하면 사흘이면 파산이다.
조 의원은 “소신을 꺾지 않겠다”고 했다. 오히려 “남이 공격을 해오면 도전 의욕이 더 솟구친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국회의원이 법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포함한 교원단체 명단 공개로 법원으로부터 매일 3000만 원의 강제금 부과 결정을 받은 조전혁 의원. 29일 만난 그는 “그게 무서워 명단을 내리면 스스로 대한민국 국회의원임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소신을 꺾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종승 기자
그는 23일 헌법재판소에 남부지법이 국회의원의 직무를 침해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법망을 피해볼 생각이었다면 면책특권을 이용해 속기록에 남기는 방법으로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옳지 않은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홈페이지에 공개한 내 행위는 법을 무시한 게 아니라 법의 심판을 받겠다는 자세로 한 행동이다. 입법기관으로서 내가 한 행동이 교사들에 대한 인권침해이고 사생활 침해인지 헌법에 묻겠다는 것이고 헌재 판결에 따를 것이다.”
―헌재 결정까지 기다린 뒤에 정보를 공개했어야 하지 않나.
“내가 장차관이라면 절차를 따랐을 것이다. 법원 안에서조차 중앙지법 판결(3월 26일·명단공개는 인권침해가 아니다)이 다르고 남부지법(4월 15일·침해될 수 있다)이 다른 와중에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명단을 받았는데 국민들이 ‘공개하라’고 난리가 났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의무가 있다. 국민들이 관심이 없으면 내가 ‘깔’(공개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
―결국 전교조 교사들을 일반노동자로 볼 건지, 교사로 볼 건지 하는 문제인데….
“지금 전교조는 옹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자신들 같은 노동자들은 약자이고 사용자(정부)에 비해 힘이 약하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학부모야말로 교사보다 더한 약자다. 전교조는 노동조합의 조직 확장, 자기 보호를 위해 교사이기를 포기했다.”
―왜 전교조를 타깃으로 삼고 있나.
“전교조가 타깃이 아니다. 나는 반(反)전교조이기도 하고 친(親)전교조이기도 하다.”
무조건 ‘안티 전교조’가 아니라 전교조에도 공(功)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일부 교장선생님, 사학재단이사장님들을 보면 부패와 반민주적 학교운영에 나도 전교조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또 교과부·교육청 공무원들의 태도를 보면 욱하고 화 날 때도 많다. 전교조가 교육계의 비민주성을 바로잡고 교사들의 억눌린 심정을 대변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보석 같은 선생님도 많다. 문제는 지도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 아직도 엔엘(NL) 피디(PD) 해가며 철 지난 사고를 못 버리고 있다. 전교조 강령을 봐라. 이 첨단 세상에 민중 민주를 외치고 반외세 반개방을 외치고 있다. 산하 통일위원회 활동을 보면 위험하기까지 하다. 여기에 조직 자체가 권력화하면서 무능력 비윤리 교사들이 전교조 우산 아래 보호를 받고 있다.”
―변질된 건가.
“처음부터 뜻 자체가 순수하지 않았다. ‘촌지 안받기’를 참교육으로 포장해서 반외세 반시장 반기업 친북을 한거다. 초기에는 이런 게 잘 안 드러났다.”
―이번에 펴낸 책 ‘한국교육을 토론하다’에 보니 자신을 40대 늦깎이 운동권이라고 했다.
“80학번으로 당시 군사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돌멩이는 던져봤지만 운동권은 아니었다. 운동권에서 성서처럼 읽던 리영희 선생의 ‘우상과 이성’ 같은 책을 보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떻게 뒤늦게 투사가 되었나.
“그러니까 내가 이상한 놈이다. 하하하.”
파안대소 끝에 이야기가 이어졌다.
“신입생들에게 경제학 원론을 가르치는데 하나같이 생각들이 반기업, 반시장, 반개방이었다. 교과서가 문제였다. 그런 교과서를 만들고 교재로 삼아 가르치는 과정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김대중 정권 때부터 약간 걱정되기 시작했는데 노무현 정권 때부터는 ‘나라가 거덜나겠다’ 싶었다. 한 학기에 애들 500∼600명 가르쳐봐야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신문에 기고하기 시작했다.”
그는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시절인 2006년 뉴라이트 인사인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당시 자유주의연대사무총장)와 함께 ‘전교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란 책까지 냈다. 이 무렵 ‘전교조, 학생 볼모로 정치게임하나’ ‘전교조의 교원평가 반대투쟁에 부쳐’ 등의 칼럼을 기고했다. 이후 뉴라이트 운동 단체 중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회원을 가진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을 만들고 이끌며 본격적인 교육운동가로 변신해 활동하다 국회의원이 되었다.
―지난번 수능 성적 공개로 학교를 서열화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미 서열화는 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다들 짐작하면서도 격차가 얼마가 있는지, 어느 학년에서 가장 심한지 이런 자료가 없다. 자료가 있어야 분석도 하고 연구도 해서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을 것 아닌가. 교육정보를 국가기밀이나 되는 것처럼 관료들이 틀어쥐고 쉬쉬하고 앉아 있다. 18대 국회에서 교육정보를 공개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이라도 만들어 놓고 나가겠다는 게 내 소신이다.”
그는 “이기고 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과연 그의 뚝심과 소신은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 동영상 = 조전혁의원 직격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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