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겸재도 반한 계곡풍경 자체론 첫 지정
겸재 정선이 1751년경에 그린 ‘수성동’. 사진 제공 서울시
현재 종로구 옥인동 옥인아파트 일대에 해당하는 수성동은 인왕산 아래 첫 계곡으로 ‘물소리가 유명한 계곡’이란 뜻이다. 수성동의 ‘동(洞)’은 행정구역이 아닌 골짜기, 계곡 등을 의미한다. 조선 후기 규장각 서리였던 박윤묵은 1810년 장맛비로 물이 크게 불어난 수성동을 ‘조물주와 더불어 이 세상 바깥에서 노니는 듯하다’고 표현했다. 인왕산 아래 장동 일대에서 나고 자랐던 겸재는 거대한 바위 사이로 급한 개울이 흐르는 수성동 풍경을 그림으로 남기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저명한 회화와 시 속에 등장하는 풍경 자체가 문화재로 지정되는 첫 사례”라며 “향후 문화재 지정의 방향 및 범위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인왕산 조망을 가로막던 인근 옥인아파트를 철거해 내년까지 수성동 계곡 주변 지형과 경관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할 계획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