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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구섭]아프간 재건팀, 기꺼이 가야 할 길

입력 | 2010-04-30 03:00:00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경황이 없고 시련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방재건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준비를 차질 없이 하고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처음 설치한 후 운영하기 시작한 지방재건팀(PRT)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목적을 갖는다. 첫째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평화유지활동을 하는 PRT의 안전을 확보하고, 둘째 그러한 활동을 통해 지방정부의 권위를 회복하며, 마지막으로 지방재건활동 임무를 용이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정부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PRT 활동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그람 지역에서 활동할 우리 대표와 부대표를 임명하고 아프간 바그람 기지에 임시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그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는 우리나라의 아프가니스탄 국제안보지원군(ISAF) 기여에 관한 참여협정과 재정협정을 체결하여 아프간 지역에 근무할 한국군의 규모, 임무 및 지위권 관계를 규정하고 재정적 책임 범위를 명확히 했다. 아울러 협정을 통해 군과 PRT 요원이 활동 기간에 특권이나 면제를 향유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7월부터 우리나라의 PRT 팀원은 △파르완 주정부 행정역량 강화 △의료지원 △교육직업훈련 △농업 및 농촌 개발 활동을 한다. 한국군으로 구성된 재건지원단은 이들 활동의 안전을 책임진다.

한국은 이제 46번째로 아프간의 안정과 재건을 지원하는 국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정부가 PRT 참가를 결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진통을 감내해야 했다. 2007년 샘물교회 사건의 충격을 간직한 우리는 현지에서 활동할 국민의 안전이 걱정되었고 국군의 아프간 파병이 새로운 사고를 부를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논쟁을 거쳐서 미국 등 세계질서 주도 국가와 함께 평화를 형성하는 노력에 동참하기로 했다.

PRT 참가를 통해서 우리는 다음 몇 가지 전략적 기대를 가질 수 있다. 첫째, 경제 차원뿐만 아니라 세계평화를 중심으로 한 안보 차원에서도 세계사에 동참하는 전략적 위상을 갖게 되었다. 둘째, 6·25전쟁 당시 군사적 도움을 받아 나라를 지키고, 전후 나라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진 국제적 빚을 조금이나마 갚게 되었다. 셋째, 정부가 제시한 성숙한 세계국가를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모습을 과시하게 되었다.

올해는 6·25전쟁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나라는 전쟁 기간은 물론 종전 이후에도 상당 기간 외국에서 수많은 지원을 받았다. 그들의 도움으로 다리를 놓고 공장을 만들고 병원을 짓고 교육 자재를 해결했다. 당시의 외국 원조를 PRT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내용은 오늘날 아프간에서의 PRT 활동과 마찬가지다.

혹자는 우리가 PRT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군을 보낸다면 장병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아프간 상황을 고려할 때 절대 안전한 지역은 없다.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군의 보호가 필요하다. 6·25전쟁 당시 미국 등 우방국의 정부와 국민이 장병의 안전만을 생각하였다면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나라에 그들의 소중한 자녀를 보냈겠는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은 경제적 의미보다 전략적 위상 차원에서 의미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국제평화 유지에 기여하는 공통의 가치를 갖기는 쉽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는 평판을 얻는 일은 어렵다. PRT 참가는 그러한 국가 평판을 얻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의무를 다해야 권리가 생긴다는 말은 개인이나 국내 차원은 물론 국제질서에서도 마찬가지다.

김구섭 한국국방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