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스포츠 첫 女사령탑 GS칼텍스 조혜정 감독
지난달 29일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 프로배구 GS칼텍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 숙소로 쓰고 있는 이곳을 찾았을 때 어머니 같은 인상의 한 여성이 기자를 맞았다. 그는 바로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첫 여성 감독인 조혜정 감독(57)이다.
“자신감”
타성에 젖지 않고
전혀 새롭게 팀 운영
프로스포츠 첫 여성 사령탑인 조혜정 감독. 환하게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모습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용인=김재명 기자
한편 같은 여자가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 감독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다. 조 감독은 “남자들은 앞에서는 험한 말을 해도 술 한잔 마시면서 잊어버린다. 하지만 여자는 앞에서 웃어도 뒤에서 시기하고 질투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두려운 문제다.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어머니’처럼 선수들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저 편안한 ‘어머니’로 선수들에게 다가간다면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같은 여자이니 이해하겠지’하는 기대다. 조 감독은 “여자 감독으로서의 이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선수들도 처음으로 맞는 여자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있을 것이다. 또 같은 여자로서 너무 많이 알다 보니 선수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친근하고 부드럽게 다가가되 서로의 약속에 대해서는 엄하게 할 계획이다. 혼자 결정을 내리기보다 신만근 장윤희 코치와 함께 상의하면서 팀을 운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부담감”
지도자 준비 후배에
누 끼치게될까 걱정도
첫 여성 감독인 만큼 선례가 없다는 점도 조 감독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보통 남자 감독들은 코트에서 양복을 입고 팀을 지휘한다. 조 감독은 “어디서 참고할 곳이 없다 보니 고심이 크다. 정장을 입을 계획이지만 매번 바꿔 입을 수도, 같은 옷을 입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며 웃었다. 다음 시즌 목표에 대해 묻자 조 감독은 “구단이 성적보다는 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배구를 원한다”고 말했다. 질문을 바꾸어 첫 여성 감독으로서의 목표에 대해 묻자 대답은 달랐다. 조 감독은 “‘그럼 그렇지. 여자 감독이 별 수 있어’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성적은 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용인=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