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둔 우리나라 지방정치의 서글픈 현주소다. 청렴하고 강직하고 성실하고 사명감 있는 일꾼이 더 많겠지만 맑은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같은 몇몇 파렴치한이 지방정치를 흙탕물로 만들어 놓고 있다. 도덕성의 더듬이가 이토록 망가질 수 있는가? 오죽하면 지방선거 유세 포스터에 찍혀 있는 후보의 얼굴이 죄다 도둑놈 같아 보일 것 같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겠는가?
일반적으로 유권자에게 지방선거는 부차적 선거(second-order election)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부차적 선거는 대선이나 총선과는 달리 전국 수준의 정부 구성과는 관련이 없는 지방선거 등을 일컫는데 유권자가 대선이나 총선과 같은 우선적 선거(first-order election)를 염두에 둔 투표 행태를 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방선거를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로 생각하는 태도가 바로 그 예다. 그래서 지방선거의 판도는 지방의 현안이나 출마자의 면면보다는 중앙정치의 현안에 좌우될 때가 많다.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부차적인 수준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삶에서 차지하는 지방정치의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2010년도 중앙정부의 예산은 약 255조 원, 지방정부 예산은 약 183조 원이다. 국가 재정의 40%가 지방정부 예산이다. 당진군만 하더라도 예산이 5500억 원이고, 여주군은 3900억 원, 옥천군은 2700억 원이다. 당진군 인구가 약 13만9000명이니 군 예산을 인구수로 나누면 1인당 400만 원꼴이 된다.
엄청난 액수의 예산을 집행하는 지방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직무유기다. 혈세가 뇌물과 특혜로 얼룩진 ‘그들만의 돈 잔치’에 제물로 바쳐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의 무관심은 그들의 도덕적 해이를 낳고 손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 언제까지 지방선거를 외면할 것인가?
미국의 정치학자 애덤 프셰보르스키는 투표를 ‘종이로 된 돌(paper stones)’이라고 했다.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독재정권을 붕괴시킨 혁명의 시작이 분노한 군중의 돌팔매질이었다면 민주사회에서는 표가 돌을 대신해 정치를 심판한다. 표의 무게는 돌의 무게보다 결코 가볍지 않고 표에 의한 심판은 돌에 의한 심판보다 더 준엄하다. 표의 심판은 인물을 바꾸고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 표는 선거혁명의 무기이다.
이번 선거에서 표라는 돌을 던지자. 폭압에 맞서 돌을 던지듯 이번 선거에서는 부패에 맞서 표를 던지자. 온몸의 무게를 실어 힘껏 던지자. 그래서 함량 미달의 시정잡배는 감히 정치판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돌팔매로 쫓아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