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상하이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천안함 침몰사고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와 위문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5000만 한국 국민이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과학적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하자 후 주석은 ‘(한국의 노력을) 평가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청와대 측은 두 정상이 진지한 논의를 했다고 강조했다.
후 주석의 발언은 ‘북한이 이 사건을 저질렀다는 과학적 객관적 증거를 제시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명백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인 것 같다. 우리 군은 천안함 재질과 다른 알루미늄 성분을 수거해 분석하고 있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나온 뒤에는 중국이 지금처럼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천안함 침몰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북한은 중국의 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 주석은 한국 국민이 애도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희생자들의 영결식이 치러진 것을 잘 알 것이다. 후 주석의 ‘위로와 위문’ 발언이 의미가 가볍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국은 천안함 사태의 충격과 엄중함을 제대로 헤아려야 한다.
천안함 사태는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바다와 연결된 서해에서 발생한 도발은 중국의 안보와도 직결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6일 만인 지난달 1일 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며 “(원인 분석 과정에서) 필요할 때 도움이 되고 싶다.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중국에 미국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책임 있는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양국의 지속적인 선린우호 관계를 위해서 중국도 천안함을 침몰시킨 집단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또한 ‘위로와 위문’을 넘어 국제공조의 중심에 서야 국제사회의 지도국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