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태는 많은 국민이 달콤한 주말 꿈에 젖어 있던 금요일(3월 26일) 밤에 발생했다. 북한의 위협 앞에 살고 있다는 엄중한 현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 사태였다. 6·25전쟁은 국군 장병 다수가 외박을 나가고 국민이 곤히 잠든 일요일 새벽에 일어났다. 이번에도 북의 소행이라면 그런 허(虛)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전쟁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나른한 인식에 빠져 있었다.
천안함 피격은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를 통해 북의 소행으로 좁혀져 가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천안함 재질과 다른 알루미늄 성분을 수거해 분석 중”이라고 밝혀 어뢰에 의한 피격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김 장관은 “필요 시 무력시위를 할 제공전력(制空戰力)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희생 병사 46명의 영결식에서 “국민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을 끝까지 찾아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겠다”고 조사(弔辭)를 통해 다짐했다.
천안함 공격자를 찾아내 응보(應報)를 가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흐트러진 국민의 안보의식을 항구적으로 재구축해 다시는 우리를 넘보지 못하게 하는 일이다. 천안함 사태는 5000만 국민 모두가 ‘정신 안 차리면 죽는다’는 절체절명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북은 6·25 남침 이후에도 청와대 습격, 삼척 울진 공비침투, 판문점 도끼만행, 아웅산 테러, 대한항공 858기 폭파, 세 차례(1999, 2002, 2009년)의 서해교전 같은 갖가지 도발을 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군과 민간인 희생을 겪으면서 분노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쉽게 잊어버렸다.
우리 사회의 안보의식을 교란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세력들에 대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엄격한 감시자가 돼야 한다. 이번 사건을 안보의식을 재구축하는 계기로 삼아 값진 안보자산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순국장병 46명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