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샘암 치료백신 ‘프로벤지’美FDA, 세계 최초 시판 승인
암을 치료하는 백신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중판매 승인을 받았다. AP통신에 따르면 FDA는 시애틀 소재 제약회사 덴드리언이 개발한 진행성 전립샘암 치료백신인 프로벤지(Provenge)를 지난달 29일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백신이 수술,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에 이어 제4의 암 치료법으로 부상하게 됐다. 프로벤지는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게 놓아주는 ‘예방백신’이 아니라 이미 전립샘암에 걸린 환자에게 투여해 생명을 연장해주는 ‘치료백신’이다. 치료백신이 아닌 암 예방백신으로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인 ‘가다실’과 ‘서바릭스’가 각각 2006년과 2009년에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의학계는 프로벤지가 당장은 기존 치료법에 추가되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미래의 암 치료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같은 방법으로 다른 암을 치료할 백신들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덴드리언은 유방암, 난소암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면역세포 암 백신도 추가로 개발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관련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FDA는 “프로벤지는 암세포가 전이된 말기 전립샘암 환자 512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생존기간을 평균 4.1개월 연장해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뒤 “이는 현재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진행성 전립샘암 치료에 새로운 옵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임상시험에서 프로벤지 치료를 받은 환자군은 평균 25.8개월을 살아 일반 암 치료를 받은 환자군의 21.7개월보다 4.1개월 생명이 연장됐다. 3년 생존율도 프로벤지 투여군이 31.7%인 데 비해 기존 환자군은 23%에 그쳤다. 또 프로벤지는 현재 말기 전립샘암에 사용되고 있는 항암제인 탁소티어에 비해 오한이나 피로, 두통과 같은 부작용이 비교적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2주 간격으로 백신을 모두 3번 맞아야 하는데 전체 치료 코스의 비용은 9만3000달러(약 1억300만 원)에 이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