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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군수’ 비리로 끝날까… 공무원 20명 수사대상說 긴장

입력 | 2010-05-01 03:00:00

뇌물-내연녀-여권위조 출국기도-차량도주 끝 검거… 군수 영장청구된 당진은
‘市승격 위장전입’ 이어 또… “참담하다” 홈피 비난글 쇄도




30일 오전 11시 충남 당진군 당진읍 당진군청. 한가했던 시골 군청은 △뇌물 및 내연녀 의혹 △여권위조 도피 시도 △차량 도주 끝 검거 등 온갖 흥행요소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민종기 군수 비리 사건으로 어수선했다. 당진군의 한 고위 공무원은 이번 사건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지 묻자 “개인 비리 사건이기 때문에 감사원에서 고발한 민 군수와 전현직 공무원 3명에 대한 조사로 끝날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군청 안팎에서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사건이 건축과 인허가, 인사 비리 등으로 확대되면 20명 이상의 공무원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 꼬리 무는 비리 의혹

지난해 7월 당진군과 의회 집행부 및 이장단에 A4용지 11장 분량의 ‘괴문서’가 전달됐다. ‘당진군 행정쇄신공무원모임 일동’ 명의로 된 이 문서에는 민 군수의 부적절한 인사, 인허가 부서 퇴직자들의 재임 시절 이권 개입, 군정에 대한 충고 등이 담겨 있었다. 관련자들의 실명이 그대로 적혀 있어 파장이 일었다. 괴문서에 거론된 인물들이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결과 작성자는 전현직 사무관급 공무원 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진경찰서는 “작성자들이 문서 내용이 허위라고 진술한 데다 구체성이 부족해 수사를 접었다”고 설명했다. 당진에서는 괴문서 사건 외에 당진군 고위직 퇴직자가 대표를 맡은 건설회사가 당진군 관급 공사의 상당 부분을 따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진참여연대 조상연 사무국장은 “최근 대법원에서 주민들이 승소한 송악도시개발지구 인허가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 지역민에게 자괴감을 느끼게 한 군수

2008년 바르게살기운동 당진군협회가 민 군수에게 ‘착하게 살자’라고 적은 돌탑을 하나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민 군수는 “하나가 뭐냐. 13개 읍면동에 하나씩 세우자”며 예산 편성을 지시했다. 당진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과 현대제철 등 대기업 입주, 수도권 규제로 연간 200개 안팎의 기업 이전 등으로 역동적인 곳이다. ‘돈키호테’, ‘불도저’ 등으로 불리며 전임 군수들보다 근면과 쇼맨십, 배포, 추진력을 갖춘 민 군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무모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2008년의 위장전입 사건. 시(市) 승격을 약속하고 주변에 자신을 ‘당진시장’이라 불러달라고 했던 그는 인구 15만 명 돌파를 위해 공무원에게 전입자 할당 목표를 주는 등 위장전입을 지휘했다. 일부 지역민은 이 사건을 그저 애향심 정도로 봤다. 하지만 이번에 비리 사건이 터지고 여권을 위조해 해외로 도주하려다 잡힌 행각이 보도되자 분개하고 있다. 당진 주민인 김남순 씨(48)는 “민 군수가 당진을 치욕스럽게 만들었다.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혀를 찼다. 당진군 홈페이지에도 “개그가 따로 없다”(유민우), “위조여권 만들려면 당진군청으로 가면 되나요?”(김남규) 등 허탈한 마음을 토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 검찰 수사 본격화


검찰은 30일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민종기 군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주말부터 감사원이 수사를 의뢰한 수뢰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공무원과 건설업자 등의 소환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검찰은 또 민 군수의 비자금을 관리한 내연녀로 알려진 오모 씨(45)가 지난달 24일 수억 원을 환전해 중국으로 출국했다는 첩보에 따라 사실을 확인 중이다.

당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