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어디론가 간다//간다는 것은 작아진다는 것/간다는 것은 커진다는 것/간다는 것은 없어진다는 것//시간은/어린 짐승이 크는 것을 바라보는 것/다 큰 짐승이/작아지는 것을 내버려 두는 것//시간만큼 무거운 것은 없지만/시간은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여서/시간을 들고 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기본이다//길 아닌 길을 지우며 우리는/오늘도 간다”(‘달’)
재개발이나 시위 현장 등 사회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시들도 눈에 띈다. 여전히 개발주의적인 논리가 만연한 곳, 거기에 밀려 더 좁고 가파른 벼랑 끝으로 밀려가는 사람들의 현실을 노래한다.
차창룡 작가
“당신은 누구의 화신도 아닌/당신 자신입니다”로 시작하는 ‘붓다’, “우리의 사랑은 신화입니다”라고 노래하는 ‘상카샤’ 등은 불교적 색채가 짙은 시들이다. 삶의 근원, 생의 원형을 찾아가는 시인의 방랑은 여기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하다.
“당신의 육신에 불이 붙었습니다/알뜰했던 당신의 육신이/임무를 끝내고 영원히 잠든 날./당신의 육신에 불이 붙었습니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불이었습니다/불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불이었습니다…그 눈물을 모아 만든 거대한 탑에서/만나기로 약속했지요?/언제였던가요?/그때 뵙겠습니다”(‘쿠시나가르’)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