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심리학/스콧 릴리언펠드 외 지음·문희경 유지연 옮김/336쪽·1만5000원·타임북스
‘사람은 지능의 10%만 사용한다’ ‘어릴 적 성적 학대를 받은 아이는 자라서 가학적 성향을 띤다’는 말을 쉽게 듣는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심리학적 지식은 대부분 거짓이거나 과장된 것”이라고 꼬집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저자들이 말하는 ‘대중심리학’이란 충실한 연구나 합리적 근거 없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일반화된 심리학을 뜻한다. ‘우리는 지능의 10%밖에 활용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 성적 학대를 받은 사람 대다수가 나중에 가학적 성향을 보인다’ 같은 것들이다. 저자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극히 일부의 데이터를 확대 적용한 것”이라면서 하나씩 오해를 벗겨낸다.
‘사람들이 지능의 10%만 사용한다’는 생각은 꽤 널리 퍼져 있다. 유리 겔러 같은 사람들은 “뇌의 90%에 초능력이 잠재해 있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일상에 몰두하느라 10%만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지능지수(IQ)가 높아진다는 이른바 ‘모차르트 효과’도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하버드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교수의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모차르트 효과는 IQ 2점 이하의 미미한 수준으로 1시간 이내의 짧은 시간에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모차르트 효과는 단기적인 각성 효과에 불과하고 레모네이드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을 둘러싼 심리학적 오해로는 ‘최면술로 잊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과거에는 이런 믿음을 근거로 최면을 이용한 진술이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전문가들은 최면이 오히려 기억을 왜곡할 수 있다고 말한다. 래리 메이스라는 사람은 1980년 강도 및 강간죄로 투옥됐다. 피해자가 최면 상태에서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 게 결정적 증거가 됐다. 그러나 새로운 DNA 증거가 나와 그는 2001년 감옥에서 풀려났다.
선다형 시험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는 시험 비법 가운데 ‘답이 헷갈릴 땐 처음 떠오른 답이 정답이다’라는 게 있다. 그러나 실제 연구결과는 정반대다. 저자들이 찾은 60편 이상의 논문에선 ‘답을 바꿀 때는 오답에서 정답으로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자들은 “학생들이 정답에서 오답으로 바꿨을 때를 더 잘 기억하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