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육군 쏠림 여전
육해공 장성 비율 2.6:1:1… “육군 아니면 손해” 인식 많아
합동성 강화하려면
軍 “타군 용어-작전 의무교육”… 美, 합동전투 역량 키워야 진급
‘합동성(jointness) 강화’는 한국군의 오랜 화두다. 육해공 3군의 강점을 살려 최고의 전투 시너지를 살리자는 합동성 강화는 3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합참의장이 군령권을 행사하는 현행 합동군제에서 군의 최대 숙제일 수밖에 없다.
3·26 천안함 침몰 때도 인근 해병대의 구조 활동 투입, 공군 전투기의 출동, 해군 잠수함 탐지 헬기의 투입이 이뤄졌다. 이 상황이 유기적으로 작동했는지 따져보면 군의 합동성이 얼마나 발휘됐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합동성 발휘의 핵심인 합참의장조차 늑장 보고를 받은 마당에 이번 사건 대응 과정에서 합동성이 제대로 됐을지는 의문이다.
○ 합동성의 현주소…자군 중심주의가 걸림돌
박휘락 국민대 교수가 최근 각 군 중령과 대령 453명을 상대로 ‘각 군의 협력 수준’을 물은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만이 ‘높다’ 또는 ‘매우 높다’고 답했다. ‘낮다’ ‘매우 낮다’는 응답은 28%였다. 군 지휘부의 합동성 강조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육군 출신인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은 2008년 취임 후 ‘전차 도입의 확대’를 강조했다고 한다. 남북한이 보유한 전차 수의 차이를 줄이자는 뜻이었다. 실제 도입까지는 절차와 시간이 필요해 실제로 증강 배치되지는 않았지만 군 일각에선 ‘육군 중심의 사고’라는 지적이 나왔다. 동아일보가 만난 육군 출신의 예비역 장성은 “북한 전차는 공군력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압할 수 있다. 지금은 전차 수를 늘릴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지극히 예외적인 것이었다. 취재 과정에서 각종 사안에 대한 의견은 출신에 따라 매우 달랐다.
한 예비역 육군 장성은 휴전선 인근에 대거 배치된 북한군 전차부대 방어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공군의 지원’을 통한 전차부대 제압을 역설했다. 하지만 예비역 공군 장성은 “초기 휴전선 지원은 공군 전력의 10∼15%면 된다”며 “평양의 핵심시설 공격이나 후방 전차부대 공격으로 추가 타격을 차단하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합동’ 작전을 거론했지만 1차적 관심은 달랐다.
공군은 공중급유기를 도입하길 원한다. 하지만 육군에선 “공중급유기는 아직 호사로운 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해군은 이지스함 도입의 확대를 원한다. 하지만 육군에선 “대양해군을 꿈꾸다가 기본기에 충실하지 못해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각 군은 연간 29조 원이 넘는 국방예산 가운데 인건비 부식비 등 경상비를 뺀 10조 원가량의 전력 증강비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육군은 기본적으로 해·공군이 고가의 무기시스템을 사는 것보다는 동맹국인 미국의 자산을 활용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러나 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통일 이후까지 멀리 보자. 통일 후 육군의 중요성은 떨어진다”고 맞선다.
○ 합참의 3군 장성 비율이 회자되는 현실
합동성 강화가 힘든 이유는 인사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예비역 대장은 “합참 소속 장성의 육해공군별 비율이 현재 2.6 대 1 대 1”이라며 “전략 작전 등 핵심 보직의 육군 장악은 훨씬 심하다”고 말한다. 국방부가 ‘육방부’로, 합참이 ‘육참’으로 불리던 1980, 90년대의 육군 주도 관행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군 당국은 1990년 합참 내 장성 비율을 2 대 1 대 1로 결정했다. 한 민간전문가는 “오죽하면 최고위 장성 출신이 3군의 장성 비율까지 언급하면서 아쉬워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해군 예비역 장성은 “나도 합참 근무를 했지만 육군이 대부분인 상관에게 생소한 해군 용어를 이해시키느라 애먹었다”며 “합참에선 육군이 아니면 손해라는 인식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군별 통합을 위해 3군의 사관학교 통합을 한때 논의했다. 사관학교 동기들이 3군으로 진출하면 자군 이기주의를 깨고 3군 간 소통부족 현상도 개선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지만 지금까지 전혀 진척이 없다. 한 예비역 장성은 “지금 구조에선 우수 생도가 육군을 먼저 택할 것은 뻔한 일”이라며 이 구상에 반대했다. 2008년 기준 장성 수는 육군 324명, 해군 73명, 공군 64명이다.
○ 앞으로 합동성 강화는 어떻게
군 당국은 합동성 강화를 훈련과 교육으로 풀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매년 을지포커스가디언 훈련, 키 리졸브 훈련을 통해 주한미군과 함께 합동성 강화 훈련을 하고 있으며 교육을 통해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군 당국자는 “앞으로 중령급 장교는 전원이 합참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타군의 작전내용 이해, 통일된 군사용어 습득 등을 의무적으로 교육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명상 전 공군대학 총장도 “합참대학 등에서 육해공군이 함께 교육받으면 동기애도 생기고 결과적으로 상대 군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미국은 합동성 강화가 미래전의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체라고 판단하고 1986년 골드워터-니컬러스법안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합참 근무를 통해 합동전투 역량을 3년 이상 키운 장교에게 장성 진급의 혜택을 주는 방안이 마련됐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도움말 주신 분 (가나다 순)
김경덕 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
김희상 전 국가비상기획위원장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남해일 전 해군참모총장
박승춘 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
안광찬 전 국가비상기획위원장
윤 연 전 해군작전사령관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전제국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정철호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전 공군대 총장)
최명상 전 공군대 총장
이 밖에 익명을 요청한 전현직 장성·영관급 장교와 국방 전문가 다수.
▲故 ‘천안함 46용사’…국민 품에 잠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