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선물을 주고 나들이도 하면서 그동안 소원했던 관계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가 어릴 때는 건강하게만 자라길 바라는 마음뿐이지만 자녀가 성장하면서 기대 만큼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부터 부모와 자녀의 전쟁이 시작된다. 이때 부모가 아이의 행동이나 문제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잦은 잔소리로 주눅 들게 하거나 무조건적으로 포용하면서 원하는 것을 모두 해주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한다. 과연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일까? 미국 뉴햄프셔 주의 ‘학습 주의력 장애 연구소’의 심리학자인 페그 도슨은 저서를 통해 “간섭은 아이를 망치지만 개입은 아이를 성장시킨다”고 조언한다. 아이에게 행동의 원칙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을 바꿔서 행동 방향을 알려주라는 것. 하지만 간섭과 개입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머리는 좋지만 산만한 내아이’(페그 도슨 저·타임북스) ‘좋은 부모의 용기 있는 한마디, 안 돼!(로베르 랑지·타임북스)’를 통해서 좋은 부모가 되는 법의 실마리를 얻어 보자.》
■ 가정의 달 좋은 부모가 되는법 7계명
간섭은 아이를 망치지만 개입은 아이를 성장시킨다
부모와 아이의 반대 성향을 파악하라
아이의 행동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적이 있다면? 아마도 아이가 그 일에 취약한 반면 당신은 그 기능에 강점이 있을 확률이 높다. 아이는 아침마다 재촉해야 느릿느릿 학교 갈 준비를 하는 데 반해 부모는 5년 동안 단 한 번도 회사에 지각한 적이 없을 정도로 시간관리에 철저하다. 이렇게 자녀와 부모의 강점과 약점이 다를 때 하루하루 부모는 아이와 전쟁을 치른다. 해결은 자신의 성향을 인정하고 자녀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보살핌과 종속은 다르다
부모가 아이에게 지나치게 휘둘린다면 부모가 아이에게 종속되지 않았는지 의심해볼 수 있다. 부모의 종속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부모 자신의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아이가 부모의 너그러움을 악용해 부모를 좌지우지하도록 허락하는 것은 바로 부모 자신이다. 아이에게 아낌없이 다 주려고 하는 부모는 최악의 경우 자신의 삶은 내팽개치고 아이에게 ‘다걸기(올인)’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다. 부모가 아이에게 무엇이든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을 부모가 먼저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안 되는 일에 여러 차례 부딪쳐보고 넘지 못하면 그 일을 ‘해선 안 되는 일’로 간주하고 포기한다. 그리고는 다른 일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문이 열려 있고 장애물을 피해갈 수 있는 한 다시 해본다. 부모가 조금이라도 경계를 늦추면 아이들은 그 틈을 이용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휘둘리는 것은 바로 이때다. 아이는 자신의 세계를 탐험하려고 할 때 특히 부모가 심리적으로 긋는 선을 자주 발견한다. 따라서 ‘그래, 그건 괜찮아’ ‘안 돼, 그렇게 하면 안 돼’와 같이 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아이에게도 분명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부모가 자신이 허용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명히 파악하면 아이도 자기가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다.
양육은 아이의 한계를 파악하는 것
부모는 종종 아이가 가진 자질에 대해 칭찬할 때 아이의 자존감도 발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칭찬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장애물과 씨름하고 마침내 이를 극복할 때 자존감이 높아진다. 따라서 아이가 능력을 겨뤄볼 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잘 다룰 수 있다.
같은 말을 계속하는 것은 역효과!
어떤 설명이나 지시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것과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하는 것은 다르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얼른 자”라는 말을 밤마다 반복하면 아이는 부모가 하는 말을 흘려듣고 매일 밤 조금이라도 더 늦게 자겠다고 고집을 부릴 것이다. 실제로 같은 말을 반복하는 부모는 말은 쉽게 하면서 행동으로 잘 옮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도 그런 부모의 실체를 알아차린다는 것. 앞으로 아이는 부모가 더 단호하게 반응하기 전까지 계속 말을 안 들을지 모른다. 부모가 실망해서 포기하면 결국 자기가 하는 대로 내버려둘 수도 있다는 것도 안다. 아이가 부모의 말에 귀 기울이도록 하려면 적절한 순간에 가끔씩 자극을 줘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가 꾀를 부려봐야 별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 자신의 삶부터 돌봐라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고 아이에게만 꽉 잡혀 사는 부모가 많다. 이런 자기희생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갈수록 욕구와 불만이 쌓이면서 나중엔 ‘내가 누구 때문에 사는 거지?’ 혹은 ‘내 인생은 어디에 있나’와 같은 허무감만 밀려온다. 이는 부모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부모도 친구를 만나고 영화를 보러 가라. 가끔은 아이의 간식 챙기는 것을 건너뛰고 외식을 해도 좋다. 하고 싶던 공부나 일을 하는 등 정기적으로 자신을 위한 일을 해봐라. 부모에게 ‘이기주의자가 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위한 여유도 약간은 남겨둬야 한다는 의미다. 부모가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기도 하면서 자신을 사랑할 줄 안다면 아이도 완전하게 사랑할 수 있다.
두 책은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영리하지만 산만한 자녀를 돕는 법을 제시한다. 책은 “아이를 바꾸려면 아이의 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부분에 주목하고 그곳에서 작은 혁명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신은 지나치게 너그러운 부모인가? 아니면 자녀의 실패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부모인가. 지나친 개입은 아이의 발전을 저해하고 무관심은 좌절감을 키운다. 중요한 것은 성공할 수 있을 만큼의 최소한의 개입이다. 적절한 시기의 최소한의 개입은 아이의 행동을 바꾸고 미래를 바꾼다. 가정의 달인 5월에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좋은 부모가 되는 것임을 기억하자.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저자소개▼
‘좋은 부모의 용기 있는 한 마디, 안 돼!’(로베르 랑지)
캐나다 퀘벡 주의 ‘테플론 어린이센터’에서 수년째 교육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아이 양육의 고민을 호소하는 수천 명의 부모와 상담해왔다. 아이, 부모, 교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관심을 갖고 자녀 교육의 해결책을 고민한다.
‘머리는 좋지만 산만한 내 아이’(페그 도슨)
미국 뉴햄프셔 주의 학습·주의력 장애 연구소에서 일하는 심리학자로 30년간 아동의 학습 및 주의력, 행동 장애를 연구했다. 국제학교심리학협회(ISPA) 협회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