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인 30일 여야는 국회 무산 책임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독선적이고 안하무인격인 태도다”(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한나라당이 사리에도 맞지 않는 억지주장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막말이 오갔다. 여야가 마지막까지 머리를 맞대며 민생법안 등을 처리하려 애쓰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민생과 직결된 SSM 관련법 처리가 표류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당시 하루 종일 국회 안을 맴돌며 애를 태웠던 중소상인들은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SSM 관련법들이 법사위의 벽에 부딪히자 낙담했다. 법사위에서 한나라당은 “먼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을 논의하자”고 주장했지만 민주당과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흥분한 중소상인들은 국회 복도에서 큰소리로 항의하다 경위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가 국회의장으로서 주재하는 사실상 마지막 자리였다. 그래서 본회의에서 함께 고생했던 의원들에게 전반기 국회 활동에 대한 소회도 밝히고 국회 발전을 위한 메시지도 전하려 했다. 그러나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김 의장은 고별인사를 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김 의장은 본회의 무산 직후 아래와 같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투쟁은 쉽고 타협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렵더라도 반드시 가야 합니다.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난 2년간 여야가 대결하면서 얻은 결론은 대화의 테이블에 앉아야 서로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18대 전반기 국회가 저물도록 국회는 민생과는 담을 쌓은 채 여야의 투쟁에만 골몰해 있다. 과연 언제쯤 세비가 아깝지 않은 국회를 볼 수 있을지 국민은 속이 터진다.
최우열 정치부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