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S&P 등 미국 신용평가회사의 힘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막강했다. 무디스는 1997년 말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7단계나 한국의 신용등급을 낮추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으로 위기를 벗어난 뒤에도 신용등급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 다음해 무디스의 조사단이 수차례 한국을 찾았다. 그들은 올 때마다 정부와 재계의 고위층을 만났지만 등급 조정에는 인색했다. 외환위기 이전의 신용등급을 회복한 것은 무려 13년 만인 올해 4월이었다.
▷외환위기 때 일각에서 신용등급 강등에 미국 월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확인하기는 어려운 사안이었다. 주로 유럽계 금융기관 쪽에서 그런 의견이 나왔다. 최근 미국 상원에서도 신용평가회사를 평가해야 한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미국 상원의 칼 레빈 조사소위원장은 “신용평가회사들이 높은 수수료를 받는 대신 월가가 등급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눈감아 주었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 같은 도덕적 해이가 미국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금융위기가 부패한 시스템의 결과이고 신용평가회사들은 그 부패의 주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