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첨단화 외치다 안방서 당해… 한반도 안보대계 딜레마北 현존 위협 재평가를“장비만 집중…北대응엔 소홀도발 막을 능력 스스로 줄여”땜질식 처방 안돼“주변국 억제전력 확보 필요北-미래 위협 동시 대비를”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2005년 나온 국방개혁기본계획(국방개혁 2020)의 전력증강 부분을 전면 재평가하기로 했다. 국방개혁 2020은 당초 한반도를 뛰어넘어 동북아 및 세계적인 차원에서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는 방향으로 밑그림이 그려졌다. 명백한 현존 위협인 북한은 소홀하게 취급됐다. 이런 가운데 천안함이 침몰했다.
동아일보가 인터뷰한 국방 전문가들은 핵심 위협인 북한의 군사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마련된 기존의 국방개혁 2020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20 수정안을 연말까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 국방개혁 2020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보다 국방개혁 2020에 따른 ‘대양해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해군은 이지스함과 대형수송함, 잠수함 등 주로 중대형 첨단 함정의 도입을 추진해왔다.
공군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성능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정밀유도무기 도입 등을 통해 전력을 증강하겠다는 계획을 담고 있지만 북한이 300대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AN-2 저공침투기가 특수전 부대를 싣고 남한 깊숙이 침투할 것에 대비한 수단은 마련돼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첨단장비를 도입하는 대신 육군 병력을 대폭 줄이는 것도 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육군은 병력을 2020년까지 38만7200명으로 감축하고 한국형전차(K1A1), 차세대전차 흑표(K-2) 등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산악지형의 한반도에서 전차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평소 전차로 훈련할 공간마저 부족하다”며 “북한의 도발을 막을 병력을 우리 스스로 줄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들도 육해공 3군이 제각각 자군 이기주의에 따른 주장이 많은 게 사실이다. 공군과 해군 측은 “통일 이후 과도한 육군 병력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육군은 6·25전쟁 당시에도 북한의 해·공군 전력이 부실해 유엔군이 제공권과 제해권을 모두 가졌음에도 지상군이 부족해 휴전선이 현재로 밀렸다고 맞선다.
○ 전력증강,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이 때문에 천안함 침몰 이후 전력증강 방향이 북한 위협 대비에만 일방적으로 치우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은 “북한과의 전쟁은 국지전이 아니라 전면전 성격”이라며 “대북 전력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주변국에 대한 억제전력 확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2012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미국과 합의해 연기한 뒤 이를 바탕으로 전력증강 계획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한국군은 그동안 미군에 의존해온 탓에 미군의 도움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서 어떻게 싸우겠다는 자체 전략이 너무 없었다”며 “전작권 전환 연기 이후에도 구체적인 구상이 나와야 무기체계를 제대로 고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29조원 턱없다” “무턱대고 못늘려”
국방예산 적정성 갑론을박▼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예비역 장성을 포함한 군사 전문가 사이에서는 국방예산의 적정 규모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국방예산은 29조5627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6% 늘어났다. 국내총생산(GDP)의 2.6%, 정부예산의 14.7%를 차지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경제위기로 정부예산 증가율(2.2%)보다 국방예산을 상대적으로 더 늘렸다. 천안함 침몰 사건 때문에 경제상황 등을 종합해 짠 계획을 갑작스레 바꾸는 것은 무리다”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반론을 제기하는 측은 첨단무기 도입 등에 쓰이는 방위력 개선비 증가율은 전체 국방예산 증가율 3.6%보다 높은 5.7%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국방개혁2020을 재검토하면서 “2020년까지 국방예산을 연평균 7.6% 증액해 총 599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내놓았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