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 무산 결정을 두고 선관위 내에서 논란도 있었다. 투표 개시 직전인 지난달 19일 기준으로는 투표율이 50%에 못 미치지만, 투표 종료 이후인 지난달 30일 기준으로는 추가로 휴학한 학생들이 있어 투표율이 절반을 넘는 만큼 총학생회 구성을 선언하자는 의견이었다. 이를 둘러싸고 밤샘 논의가 이어졌다. 선관위원들이 대거 사퇴하는 등 진통을 겪었지만 선관위원들은 투표 개시 직전의 선거인 명부를 사용한 관례에 따라 투표율은 미달됐으며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됐다고 2일 최종 결정했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투표율 미달로 해를 넘겨 새 학기에 재선거를 치른 것은 2003, 2005, 2006년에 이어 벌써 네 번째다. 서울대가 총학생회를 구성하지도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서울대 학생들은 처음으로 총학생회 없는 1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주화가 이뤄지고 세상이 변하면서 대학에도 탈(脫)정치의 거대한 바람이 불어 닥쳤다. 비(非)운동권 총학생회장이 등장하는 것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이번 재선거 과정에서 각 선거운동본부의 총학생회 구성을 위한 노력은 눈물겨웠다. 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에는 투표시한을 야간까지 연장하고 지방 출신 학생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대 인근 하숙촌을 돌며 투표를 독려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외면을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시대의 변화 앞에 기존의 사고의 틀을 뛰어넘는 서울대 학생들의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때다.
조종엽 사회부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