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테네의 시위 군중을 보는 다른 유럽 국가들은 냉소적이다. 유럽 국가들의 눈에 그리스는 주제넘게 펑펑 돈을 쓰다가 망한 파산자일 뿐이다. 은퇴를 늦춰가며 절약하는 다른 유럽인들에게 그리스의 무절제는 도를 넘은 것이었다. AP통신은 개미처럼 아끼기보다는 ‘조르바’처럼 인생을 즐기면서 소비에 주력하는 문화 때문에 그리스 저축률이 유럽 평균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방송은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를 갈 길 잃은 ‘호메로스’, 파국 위험에 처한 현 상황을 ‘그리스 비극’에 비유했다. 그리스 국민이 안간힘을 써 봐도 수학자 피타고라스에게도 골치 아플 복잡한 재정 수치를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꼬았다.
▷2000년 EU에 가입한 그리스는 당시 가입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가입이 부결됐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하고 가까스로 가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2000년 그리스를 가입시키자고 한 결정은 실수였다”고 비판했다. 가입 10년 만에 그리스가 경제위기의 진원지이자 유럽의 골칫덩어리로 추락한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