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쉬면 버디가 보기 된다’가 내 좌우명”
골프를 모두의 ‘놀이’로 만든 것이 스크린골프라지만 스크린골프의 세계에도 엄연히 고수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매달 펼쳐지는 스크린골프 대회에 출전해 프로 선수처럼 상금을 따내고 이름이 아닌 닉네임으로 명성을 떨친다. 스크린골프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닉네임 ‘매직S’ 서진호(39)씨를 만나봤다.
스크린골프계에서 2009 시즌 상금왕은 상금을 얼마나 획득했을까?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스크린골프대회를 개최하는 골프존에서 버디리(birdylee)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골퍼는 지난 시즌 매달 열리는 골프존라이브토너먼트에서 2500여만원의 상금을 따내 상금랭킹 1위를 차지했다.
버디리를 비롯해 광주아울렛, 대신증권맨 등은 스크린골프계에서는 유명한 이른바 1세대 고수들이다. ‘매직S’ 서진호 씨는 올해 3월 스크린골프 전국 대회에 첫 출전해 5위를 차지했고 4월 대회에서도 결선에 진출한 스크린골프계의 신흥 고수다.
○ 스크린골프 전국대회, 언더파 쳐야 본선 진출
스크린골프 전국 대회에서 본선에 진출하려면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할까?
240위(대회 코스가 미리 공개되고, 개인당 20번의 참가 기회가 주어진다)안에 들어야 본선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으며, 본선 진출 커트라인은 대체로 7언더파 내외다. 아무리 스크린 골프라지만 무시무시한 스코어다.
자동차 외장관리업을 하고 있는 서 씨의 구력은 6년, 베스트 스코어는 3언더파다. 이는 물론 스크린이 아닌 실제 필드에서의 스코어다.
서 씨는 웍스골프에서 주최하는 장타 대회에서 꾸준히 결승에 올라가며 준우승과 3위를 여러번 차지한 장타자다. 공인비거리는 무려 418야드. 스크린 골프에서는 평균 270~280야드를 친다.
서 씨가 스크린골프를 즐기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하루 2~3시간 쉬지 않고 연습하며 1년여 만에 싱글이 되었지만 필드를 자주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스크린 골프를 치며 필드 감각을 유지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시작된 스크린골프와의 인연은 자연스럽게 스크린골프 동호회 가입으로 이어졌다. 지역 동호회 대회에서 번번이 우승을 차지하며 이렇다할 적수가 없어지자, 이른바 더 넓은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검증해보고 싶어 전국 대회 출전을 결심했다.
그리고 첫 출전한 대회에서 5위를 기록하며 자신의 기량을 입증해냈다.
스크린골프가 대중화 되었지만 사실 아직까지도 일부 골퍼들은 스크린골프를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와는 너무 다르다’거나 ‘필드에서는 이른바 100돌이 들이 이븐파, 심지어 언더파를 치기도 한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서씨는 “스크린골프라는 기계의 특성과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것을 빨리 인식하고 요령을 익힌 경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필드에서 잘 치는 골퍼들이 스크린에서도 잘 치게 되어 있다. 단지 경험이 부족해 스크린골프의 특성을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이다. 스크린골프에 대해 조금만 이해한다면 실제 필드보다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고, 골프 실력도 더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스크린 골프도 분명한 스포츠다!
서 씨의 목표는 전국대회 우승이다. 이를 위해 서 씨는 하루 평균 스크린에서만 3시간, 실외 연습장에서 2시간가량 연습에 매진한다.
“스크린골프도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분명한 스포츠이며, 하루를 쉬면 자신이 알고, 3일을 쉬면 스코어가 말해준다”는 것의 그의 지론이다.
프로 못지않은 마인드를 지니고 혹독한 연습량을 소화하지 않으면 스크린골프 전국대회 우승은 요원하다. 그는 스크린골프의 매력을 이렇게 말한다.
“필드에서는 캐디의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샷 지점에서 그린까지의 정확히 남은 거리가 얼마인지 고저 차는 어느 정도인지, 바람은 얼마나 세게 부는지 등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스크린 골프는 바람의 세기, 고저 차, 거리 등이 화면에 제공된다. 때문에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제시된 자료를 분석하고 철저히 계산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스크린골프의 즐거움이다.”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코스를 공략해가는 코스 매니지먼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전국의 고수들과 온라인을 통해 겨루며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스크린골프 고수들이 골프를 대하는 새롭고 진지하며, 즐거운 방식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