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지방권력 15년]“다 票인데…” 민간단체엔 선심

年예산의 5% 지원… 22% 쓴 곳도
중복 지급해도 심사 - 통제장치 없어

국회 입법조사처는 3일 전국 시도와 자치구, 군 등 지방자치단체가 2008년 한 해 쓴 예산 중 민간단체에 지원한 비용이 평균 전체 예산의 5.13% 꼴이었다고 밝혔다. 지차체의 한 해 예산이 10억원이라면 5130만 원을 각종 민간단체에 지원한 셈이다.

입법조사처가 지자체의 민간단체 지원 세목(稅目) 11개 중 문제로 삼은 것은 지원액이 상대적으로 큰 △민간경상보조금 △민간행사보조금 △사회단체보조금이다. 민간경상보조금은 민간사업에, 민간행사보조금은 민간행사에 지자체가 각각 지원하는 보조금이다. 사회단체보조금은 지자체 내 환경·문화단체 등에 지원하는 돈이다.

문제는 지자체의 ‘돈’이 각종 단체에 지원되는 것과 관련해 치밀한 사전 심의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사회단체보조금의 경우 2004년부터 지자체별 예산편성 상한제를 도입하고 보조금심의위원회를 두어 그나마 운용시스템을 갖췄지만 나머지 민간경상보조금과 민간행사보조금에 대해선 예산 편성과 집행을 심사하고 관리할 통제장치가 아예 없다는 게 입법조사처의 분석이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이 같은 부실한 시스템은 선심성 낭비성 예산을 남발해 지자체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중 민간단체 경비 지원율이 11.7%로 가장 높은 부산시 A자치구의 경우 2008년 한 해 동안 쓴 예산 1256억여 원 중 285억여 원(22%가량)이 이들 3개 보조금이었다. 같은 기간 광주시 B자치구가 이들 항목에 지원한 보조금은 전체 1606억여 원 중 340억여 원(21%가량)이었다. 부산시 A자치구, 광주시 B자치구를 포함한 전국 6개 자치구가 3개 항목에 지출한 보조금은 20%가 넘었다.

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경상보조금과 민간행사보조금이 뚜렷한 지원 기준 없이 동일한 단체에 중복 지원된 사실도 드러났다. 경남의 C군은 2005년 한 해 동안 동일한 군 체육회에 민간경상보조금과 민간행사보조금으로 1억2900만 원과 2억7900만 원을 각각 지원했다. 사회단체보조금의 경우 여러 지자체에서 새마을운동협회와 바르게살기운동협회 등에 관행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보조금심의위에 민간전문가의 참여가 부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입법조사처는 각 지자체에 보조금심의위를 구성해 지자체의 민간단체 지원 세목 전반에 대해 공정하게 심사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공정하고 투명한 지원 심의를 위해선 심의위에 민간위원의 과반 참여와 신용카드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