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완공 현대카드 사옥 ‘고객만족 경영’ 혁신 실험

한쪽벽에 LED스크린 60대… 민원 실시간 공개
全부서 잘못한점 고해성사… 397 개 과제 선정 개선 나서
임원은 매달 불만1건 해결… 결과보고서는 평가에도 반영
원래 ‘통곡의 벽(Wailing Wall)’은 기원전 20년경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세워진 성벽이다. 로마군이 예루살렘을 공격해 이 성벽을 파괴하고 많은 유대인을 죽이자 살아남은 유대인들이 밤마다 남은 성벽에 모여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이렇게 명명됐다.
‘통곡의 벽’은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회사의 잘못된 서비스 때문에 고객이 얼마나 고통받는지 알아야 한다”며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실행한 아이디어. 앞으로 현대카드 임직원은 회사를 출입할 때마다 ‘통곡의 벽’을 보고 고객의 불만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확인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고객서비스 전담부서만이 다루던 고객의 불만을 회사 안팎의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 비슷한 불만이 되풀이될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또 모든 부서에 “고객이 만족하지 못할 만한 문제점을 찾아서 ‘고해성사’하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말까지 모두 530건의 고해성사가 접수됐고 그중 397개가 개선과제로 선정됐다.
현대캐피탈의 신용대출 고객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불만은 계약한 일정보다 일찍 빌린 돈을 갚을 때 고객이 회사에 지불하는 ‘중도상환수수료’다. 대부분은 수수료 부과 자체가 아니라 “왜 계약할 때는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해 미리 말해주지 않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특정 영업사원이 판매실적을 위해 상품을 성실하게 설명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고 반복될 경우 해고한다. 자동응답시스템(ARS)을 이용할 때 노년층이 ‘긴 번호 안내’ 때문에 불편하다고 하자 최근 65세 이상 고객은 주요 메뉴를 생략하고 곧바로 상담원과 통화할 수 있도록 바꿨다.
지난달부터 현대카드의 모든 임원은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매달 고객 불만사례 중 1건을 직접 맡아 문제의 근본원인을 조사해 해결하고 결과보고서를 내야 한다. 과제에 대한 실적은 평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섣불리 고를 수도 없다.
현대카드에는 할인권 가맹점인 한 외식업체를 3회 이용하면 다음 방문 때는 샐러드바만 주문하면 바비큐 포크립을 무료로 주는 서비스가 있다. 지난달 한 고객이 “왜 무료 서비스를 준다면서 샐러드바를 주문해야 한다는 조건을 다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김진태 경영지원본부 이사는 “고객만족을 하겠다는 회사는 많지만 실제 고객만족을 돈보다 우선시하는 회사는 찾기 어렵다”며 “전 임직원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바뀌어야 하는 힘든 일이지만 고객을 만족시키지 않고는 절대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