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천안함 그후, 무엇을 할것인가]민간개방 5개 軍기관 책임자 알고보니 예비역

입력 | 2010-05-04 03:00:00

경영합리화 한계 드러내




국방부는 지난해 육·해·공군에 나뉘어 있던 인쇄창을 하나로 통합했다. 복지단(올해)과 시설관리조직(2011년), 경리단(2012년) 등도 한 곳으로 통합한다. 근무하던 인원이 5000여 명 줄어들고 예산도 400억 원 줄인다. 국방부가 국방개혁 2020에 따라 군 조직의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올해에만 호봉 기준액 조정, 유사기능 통폐합, 표준차량 전환 등으로 예산 2232억 원을 아꼈다.

군이 민간에 시설을 위탁하는 아웃소싱도 추진하고 있다. 군 병원은 당초 20개에서 2014년 이후 10개로 줄인다. 그 대신 나머지 공백은 민간병원이 담당한다. 국방부는 2008∼2012년 중앙복지시설, 이발소, 식당, 차량정비소 등을 민간에 위탁한다.

그러나 군 조직의 경영합리화는 곧 한계를 드러냈다. 국방부는 지난해와 올해 초 국군수도병원, 국군인쇄창, 육군2보급창, 해군보급창, 공군40보급창 등 5개 기관의 운영책임자를 민간에 개방했다. 새로 뽑힌 책임자들은 순수 민간인 출신은 없고 모두 전·현직 준장과 대령이었다. 군 내부는 지금까지도 “군의 특수성을 잘 아는 사람이 시설을 운영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국방부는 2012년까지 8개 분야 35개 기관장을 민간 등에 개방한다.

영국은 1994년부터 무기 구입, 군수지원 개선, 조직 통폐합, 민영화 등으로 인력 8000명을 줄였다. 군인복지시설은 민간에 넘겼다. 미국은 1979∼96년 연금, 임대자산 관리, 비축물자 판매 등 2000여 건에 대해 민간기업과 공공조직 간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운영비용의 30%인 연간 15억 달러를 줄였다. 독일은 2003년부터 국방비의 4∼5%를 국방민영화사업비로 별도로 편성해 차량관리 물자정비 해상수송 등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상부 보고를 철저히 준수해야 하는 군의 의사결정구조가 경영합리화에는 적합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군은 실무자가 최초 기안서류를 내 육·해·공군 참모총장이나 국방부 장관 등 최종 의사결정까지 거치는 과정이 5, 6단계다. 군 조직 자체가 상명하달인 지휘구조로 돼 있어 팀제 등 민간의 조직운영방식을 택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작전 분야가 아닌 군수 인사 등 군 행정에는 민간의 노하우를 반영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한 예비역 장성은 “(전역 후) 민간기업에 들어온 뒤 군의 의사결정이 너무 느리다는 데 놀랐다”며 “민간기업이 1년 반 걸릴 투자사업이 군에서라면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도움말 주신 분 (가나다 순) ▼

김경덕 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
김희상 전 국가비상기획위원장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남해일 전 해군참모총장
박승춘 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
안광찬 전 국가비상기획위원장
윤 연 전 해군작전사령관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전제국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정철호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전 공군대 총장)
최명상 전 공군대 총장

이 밖에 익명을 요청한 전현직 장성·영관급 장교와 국방 전문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