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공연]여성관객 눈물샘 자극하는 낯익은 이야기

입력 | 2010-05-04 03:00:00

뮤지컬 ‘친정엄마’
연기★★★★☆ 노래★★★ 무대★★★




 친정엄마 역의 선우용녀 씨(왼쪽)와 딸 오정해 씨가 결혼 문제로 말다툼을 한 뒤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고 있다. 사진 제공 MC컬처피아

뮤지컬 ‘친정엄마’의 감동은 얼마간 사전에 보장된 것이다.

친정엄마와 지지고 볶아온 모든 딸에게 이 작품은 작은 에피소드들을 찬찬히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딸들은 마음과는 다른 말을 엄마에게 내뱉고, 그러고 나선 후회한다. 다시는 안 볼 듯 싸우고는 금세 엄마에게 다시 기댄다. 원작인 고혜정 씨의 수필 ‘친정엄마’ 속 사연들을 착실하게 따르되, 극적 사건을 첨가해 관객들의 감정 고조를 끌어냈다.

‘친정엄마’는 대중 코드가 다양하게 활용된 작품이기도 하다. 심수봉 씨의 ‘그때 그 사람’,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 귀에 익은 가요의 가락, 유머와 감동의 교차 배치, 대중과의 접촉이 높은 배우(선우용녀 김수미 오정해 씨 등) 캐스팅 같은 대중적인 코드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뮤지컬로는 드물게 40, 50대 여성 관객들이 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임신한 딸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고 시아버지 잔칫상 차리는 것을 도와주는 친정엄마의 분주한 모습 하나하나에 열렬한 호응이 나왔다.

그러나 상견례, 결혼, 고부간의 갈등, 육아 같은 평이한 이야기 모음으로 이어지는 뮤지컬은 1184석의 대극장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예를 들어 가요 ‘허니’와 대형 안무가 동원된 딸의 출산 장면, 집을 잃어버린 친정엄마가 경찰과 랩을 하면서 경찰서로 가는 장면 등 맥락상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대목에 강세를 주었다. 무대의 반만 활용한 어머니의 시골집은 여백의 미를 주는 게 아니라 무대를 휑하게 보이게 했다.

가요를 개사한 것은 창의적인 시도였지만 감상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익숙한 가락이 나와도 가사가 달라서 관객들이 따라 부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문 뮤지컬 배우가 아닌 선우용녀 씨의 노래 역시 불안하게 들렸다. 엄마와 딸 관객들이 공감할 만한 수많은 에피소드들도 정교한 구성없이 나열하다 보니 중간 중간 지루함이 느껴졌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i: 6만6000∼9만9000원. 30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리금융아트홀. 1588-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