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이 바뀌어야” 질책에 207개의 별, 고개 못들어“군을 믿고 있다” 신뢰 강조“군 복 자랑스럽게” 사기 북돋아
단호한 軍통수권자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김태영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4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가 열린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회의실로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 대통령은 2시간가량 회의를 주재한 뒤 국방회관에서 한식 오찬을 함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MB, 장성들 질타-격려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비공개 부분에서 이례적으로 군에 대한 엄중한 질책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시종 침통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장성들이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청와대와 군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이상의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군 최고수뇌부 7, 8명이 돌아가며 군의 기강과 신뢰 문제, 향후 대책을 언급하자 “(내가) 밖에서는 이런 말을 안 한다. 군의 사기와 위상이 떨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장성들에 대해서도 “지휘관이 바뀌어야 한다. 일선 병사들은 이번에 구조활동 때 보니까 서로 전우애를 발휘하더라”며 질타했다. 시스템 개선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사람의 문제라는 이 대통령의 평소 인식과 군 지휘부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일반 사병 등) 밑이 바뀌어 있다고 해도 (장성급 등) 위가 바뀌고 이로 인해 전체가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대통령인 내가 바뀌어야 하듯이 지휘관의 사고와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여러분부터 솔선수범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통절한 자성과 각오의 얘기를 잘 들었다. 그런 자성과 각오가 신속하게 현실로 이어져야 한다. 변화하는 데 주저해선 안 된다.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육해공군의 합동성 강화를 특히 강조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육해공군 수뇌부들끼리만 친하면 안 된다. 육해공군 전체가 서로 친해야 한다”면서 “민간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칸을 허물고 격실을 없앴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준엄한 질책을 했지만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의 격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군복을 입은 모습을 자랑스럽게 하겠다’는 것은 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다”, “군의 생명은 사기에 있다. 군을 지나치게 비하하고 안팎에서 불신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군 복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오찬 도중 “사실 군복을 입고 오려고 했지만 양복을 입고 왔다. 여러분이 깊이 반성하고 있고, 대책도 잘된 것 같아 점심을 같이 먹고 가겠다”며 분위기를 풀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한 장성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무거운 분위기였다. 정말 깊은 반성과 함께 군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방부와 합참 주요 관계자를 비롯해 육군 중장급 이상, 해군과 공군 소장급 이상 지휘관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한 장성들의 별을 합치면 207개에 달했다. 청와대에선 박형준 정무, 김성환 외교안보, 이동관 홍보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