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교장퇴임 학교의 56% 공모제 확정공고예비후보 많아 인기학교 경쟁률 10대1 예상자격증 소지자로 제한… “불완전 경쟁” 지적도
8월에 교장 퇴임이 예정된 학교의 절반 이상이 교장공모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인기 학교는 경쟁률이 10 대 1을 넘을 것으로 보여 지원자들은 벌써부터 공모제 준비로 분주하다.
5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정년퇴임 등으로 교장 자리가 비는 전국 767개교 중 435개교(56.7%)의 교장공모제 시행을 확정해 공고했다. 이 가운데 67개교는 자율형공립고, 기숙형고, 특성화고처럼 교장이 상대적으로 교육과정 편성권을 많이 갖고 있는 자율학교다.
각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 주관으로 교장공모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공모 절차를 진행한다. 학운위 1차 심사가 끝나면 관할 교육청이 2차 심사를 거쳐 최종 대상자를 선발한다.
○ 우리 아이 교장선생님 선택 학부모도 한몫
교장공모제를 실시하는 학교에서는 학부모도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교장 후보들의 학교 경영계획 설명회도 열린다.
이원근 교과부 학교자율화추진관은 “교장의 능력과 역할에 따라 학교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학부모들은 매학기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교장공모 대상인지 파악해 심사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등 권리를 행사할 필요가 있다”며 참여를 당부했다.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는 “교장공모제 도입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옛 명성이나 인기에 따른 공모가 아닌 철저한 공약 검증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각 학교에 맞는 교육 정책과 비전에 걸맞은 인물이 올 수 있도록 정책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작업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 서울지역에서는 과열경쟁 분위기도 조성
서울지역에서 교장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60여 명. 이 밖에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장연수를 받고 있는 120여 명과 9월 1일까지 교장연수가 예정돼 있는 200여 명을 합치면 480여 명의 지원자가 몰릴 수 있다.
전문직 출신으로 교장연수를 받고 있는 한 교원은 “교장공모제는 한 번에 한 학교만 지원할 수 있다. 그때 떨어지면 최소한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몇 번 밀리다가 ‘나만 교장 한 번 못해보고 정년 맞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털어놨다.
교장연수 분위기도 예전과 다르다. 교장으로서 필요한 소양을 쌓기보다는 서로를 탐색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 연수를 받고 있는 한 교감은 “실력이 뛰어난 A가 B학교에 생각이 있다고 하니 그 학교는 피하자는 식의 대화를 많이 한다. 노른자위 학교를 두고는 ‘눈치작전’을 벌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모 대상을 교장자격증 소지자로 제한한 이번 공모제에 대해 “불완전 경쟁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번 ‘초빙형 교장공모제’ 하에서는 교장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나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인사들은 능력이 있어도 교장공모제에 지원할 수 없다는 것. 이들은 평교사, CEO, 외부 전문가가 모두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또는 초빙형과 내부형을 절충한 ‘개방형’ 공모제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