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에 구전하는 천지창조
◇아프리카 신화 / 지오프레이 파린더 지음·범우사
《“일설에는 아프리카의 종교는 대체로 삼각형으로 묘사할 수 있다고 했다.
정점에는 모든 힘의 우두머리인 신이 있다.
삼각형 양 측면에는 다음으로 위대한 힘인 여러 신과 조상들이 있다.
근저에는 마술과 마법에 관여하는 보다 하위의 힘이 있다. 인간들은 중간에 위치하며,
삶, 가족, 일에 영향을 주는 힘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
최초의 인간이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관해서도 다양한 신화가 있다. 남아프리카의 줄루족에는 남녀 한 쌍이 갈대 혹은 갈대 침대에서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모잠비크의 통가족에도 비슷한 설화가 있다. 이 때문에 아이가 태어난 집 밖의 마당에 갈대를 놓는 관습이 생겼다.
마다가스카르에는 그리스 신화 속 피그말리온을 연상시키는 신화가 전해진다. 태초에 창조자가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을 창조했다. 하지만 이들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던 탓에 서로에 대해 몰랐다. 고독을 한탄하던 첫 번째 남자는 나무로 실물 크기의 여자를 조각했다. 덤불을 뚫고 걸어오다 그 조각상을 만난 두 번째 남자는 조각상의 아름다움에 반해 나체였던 조각상에 옷을 만들어 입힌다. 마지막으로 조각상을 본 여자가 조각상을 꼭 껴안고 밤을 보내자 조각상이 아름다운 소녀로 살아났다. 창조주는 조각상을 만든 첫 번째 남자를 소녀의 아버지로, 생명을 준 여자를 어머니로, 아름답게 꾸며준 두 번째 남자를 소녀의 남편으로 정했다. 이들로부터 대지 위 모든 사람이 태어났다.
다양한 동물이 사는 아프리카인 만큼 동물에 관한 전설도 많다. 특히 표범은 아프리카에서 신성한 동물로 여겨진다. 시에라리온에서 전해지는 전설은 표범이 반점을 갖게 된 이유를 담고 있다.
표범은 처음에 불과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표범만 불을 방문하고 불은 표범을 방문하지 않는 일이 반복되자 표범은 불을 집으로 초대한다. 한 번도 걸어 다닌 적이 없던 불은 처음에 거절하려 했지만 결국 표범의 고집에 져서 자신의 집에서 표범의 집까지 마른 잎으로 길을 깔아달라고 말한다. 불을 기다리던 표범은 집 밖에서 우지끈 소리가 들리자 바깥으로 나갔는데, 문 앞에는 불이 있었다. 깜짝 놀란 표범과 표범의 부인은 창 밖으로 뛰쳐나갔고 집은 완전히 부서졌다. 이때 불꽃의 손가락이 표범에게 닿으면서 검은 반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