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인정?
조사단 참여한 4개국이
北소행 명시땐 객관성 확보
투트랙은 없다
“北-中이 무슨 논의했건
천안함침몰 규명이 우선”
예상 시나리오
유엔 안보리 회부는
中 동의 안하면 난항
○합조단이 밝혀낸 ‘스모킹 건’
국제사회가 합조단이 밝혀낸 사실만을 갖고 이를 과학적이고 신빙성 있는 ‘스모킹 건’으로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 합조단이 입증한 것은 ‘정황증거’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뢰 조각에 ‘북한제(Made in DPRK)’라고 적혀 있지 않은 이상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도 북한의 소행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개연성이 있다. 설사 북한제로 적혀 있더라도 북한은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우길 것이다. 현재로서는 알루미늄 조각이 북한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합조단 관계자는 어뢰 파편인 알루미늄 조각은 북한이 제3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어뢰가 중국산으로 판명 날 경우 상황은 복잡해질 수 있다.
이 어뢰를 누가 쐈는지를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할 방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폐쇄회로(CC)TV로 북한 잠수함이 어뢰를 발사하는 장면을 녹화하지 않은 이상 북한의 소행을 명백히 입증할 방법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수거한 어뢰 알루미늄 파편을 근거로 이를 제조한 국가를 밝혀내고 그 국가로부터 어뢰를 북한에 판매했다는 증언을 얻어낸다면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작다.
○천안함-6자회담 투 트랙(two track)?
스모킹 건을 찾은 정부는 ‘선(先) 천안함 해결, 후(後) 6자회담 재개’ 기조 아래 국제공조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지만 외부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천안함 물타기’를 시도하며 북-중 공조를 강화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6일 천안함 사건의 원인 규명과 6자회담 재개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 트랙’ 방안에 대해 “천안함 사건의 원인 규명이 우선시돼야 한다.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고 이후 6자회담과 관련해 관련 국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추진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거듭 밝혔다.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의 한 핵심 참모도 “천안함과 관련한 외교적 매듭을 어떤 식으로든 지어야 한다”고 했고 다른 참모는 “지금 불이 났는데 불을 꺼야지 다른 것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①조건 없이 6자회담 복귀 ②제재 해제 및 평화협정 논의 시 복귀 ③북-미 예비회담 후 복귀 ④6자회담 복귀 의사만 표명 등 여러 시나리오 중 북한이 ‘북-미 예비회담 후 복귀’ 또는 ‘조건 없는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혔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응 시나리오
정부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스모킹 건을 제시할 경우엔 6자회담 문제는 상당 기간 공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철저한 공조 아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 대북 제재에 나설 것이고 북한은 이에 반발할 여지가 크다.
결국 중국의 태도가 관건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후 주석에게 사전에 조사결과를 알리겠다고 밝힌 우리 정부는 중국을 우군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전문가들은 ‘천안함 스모킹 건 제시→유엔 안보리 회부 등 대북제재→상당 기간 외교적 냉각기→미중 절충→6자회담 복귀’의 수순을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는 것까지는 밝혀내더라도 정황증거 외에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입증하지 못할 경우엔 대응 시나리오가 더욱 복잡해진다. 정부가 미국과 공조해 북한을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려 해도 중국이 동의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대북 결의안 도출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과 중국 당국자들 사이에서 6자회담 문제를 계속 미룰 수 없다는 흐름이 형성될 수도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