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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형 “피아노 자작곡, 알몸 보는 기분”

입력 | 2010-05-07 07:00:00

그룹 베이시스 출신 가수 정재형이 데뷔 후 처음으로 피아노 연주 앨범 ‘르 쁘띠 피아노(Le Petit Piano)’을 들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사진제공=안테나뮤직]


사계절 테마 ‘르 쁘띠 피아노’ 발표
8곡 직접연주…녹음실서 ‘부들부들’
미용실서 틀었더니 쥐 죽은 듯 적막


그룹 ‘베이시스’ 출신의 가수이자 대중음악, 영화음악 작곡가인 정재형(38)이 ‘프롬나드(Promenade)’ 이후 1년 만에 새로운 음반 ‘르 쁘띠 피아노(Le Petit Piano)’로 돌아왔다.

프랑스어로 ‘작은 피아노’를 뜻하는 이번 음반은 독특하게도 피아노 소품집이다. ‘오솔길’, ‘사랑하는 사람에게’, ‘여름의 조각들’ 등 색색의 조개껍데기처럼 작고 귀여운 자작곡을 직접 연주해 담았다.

이 음반은 출시되자마자 비, 이효리와 같은 ‘블록버스터’ 음반들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각종 음반차트 상위권에서 ‘놀고’ 있다. 유희열, 김동률, 이적, 루시드 폴 등 쟁쟁한 동료 뮤지션들의 찬사도 끊이지 않는다.

“참 좋으시겠습니다”하고 물으니 “좋아해야 하는 건지 애매하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실 이번 음반은 소속사가 욕심을 낸 겁니다. 전 다른 거 하자고 했어요. 내가 쓴 곡이고, 내가 연주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지만 정식 피아니스트가 아니란 점도 걸렸고. 이게 반응이 빨리 오니까 ‘그럼 지금까지 내가 해 온 건 뭔가’ 싶더라고요. 하하!”

‘르 쁘띠 피아노’는 수록된 8곡이 모두 연주곡이다. 다른 악기 소리는 일체 배제됐다. 피아노음 외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의자 끄는 소리, 피아노 삐걱 대는 소리뿐이다. 이번 음반 작업을 정재형은 ‘X고생’이라고 했다. 가수, 작곡가로만 있다가 직접 피아노 앞에 앉자니 부담이 이만저만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녹음실 가는 게 항상 즐거웠어요. 그런데 이번엔 너무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었죠.”

수록된 곡을 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테마로 한 곡들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음반은 정재형의 ‘사계’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정재형은 “맞다”고 수긍하면서도 “혹자는 1년 내내 우려먹겠다는 속셈이 아니냐고 한다”며 웃었다.

그의 팬들은 이른바 ‘정재형표 감성’에 대해 동의를 표한 사람들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정재형표 감성’의 정체는 무엇일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쓸쓸한 나를 바라보는 시선?”

단골 미용실에서 ‘르 쁘띠 피아노’음반을 틀었다. 잠시 후 실내가 쥐 죽은 듯 적막함 속에 빠져들었다. 지금까지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 조용히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정재형표 감성’이 만져지는 순간이다.

작곡가는 둘 중 하나다. 단박에 쓰고 잊어버리는 스타일과 고민하며 쓰고 고치고 또 고치는 스타일. 정재형은 어느 쪽?

“끙끙 앓아요. 남들보다 쉽게 못 쓰는 건 분명해요. 이번 음반은 무조건 피아노로 다 얘기해야 하니까 더 미치는 거죠. 목욕탕 가서 내 몸을 보는 기분이랄지.”

정재형을 만나기 전 음반 8곡을 세 번씩 들었다. 가수 이적은 이 음반에 대해 “피아노가 숨 쉬는 소리까지 들린다”라고 했다. 기자는 이렇게 평하고 싶다. ‘잠이 오지만, 결코 잠들 수 없는 음악’. 해석은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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