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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계, 정세균 선거협조 요청 거부

입력 | 2010-05-07 03:00:00

“자기사람 심고 도와달라니” 오찬회동 제의 거절
“정대표 비민주적 당 운영” 원내대표 후보들도 잇단 비판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4일 동교동계 좌장 격인 권노갑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 대표는 6·2지방선거를 거론하면서 “호남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약진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 동교동계가 호남에서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며 “5일 동교동계의 가급적 많은 분들과 점심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은 4시간여 동안 동교동계 인사들과 논의를 거친 뒤 정 대표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권 전 의원은 “늘 민주당을 위해 살아온 우리가 지방선거라고 해서 특별히 나설 이유가 없고 힘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실제 동교동계 모임에서는 정 대표의 당 운영 방식이 도마에 오르면서 “정 대표와는 밥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격한 반응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지방선거가 ‘정세균 자기 사람 심기’로 변질돼 곳곳에서 아우성인데 우리더러 나서달라는 건 책임을 나눠 갖자는 얘기밖에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고 이훈평 전 의원이 전했다. “광역단체장 후보들만 해도 거의 다 친노(친노무현), 386 아니냐. 지금 민주당은 간판만 민주당이지 속은 열린우리당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이 당사에서 훼손된 데 대해서도 문제의식이 없었던 게 정세균 체제”라는 등 감정 섞인 반응도 나왔다. 권노갑, 한광옥, 이협, 남궁진, 이훈평, 윤철상, 장성민 전 의원 등 참석자 7명은 “7월 전당대회에서 당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교동계와의 회동을 회동 희망일 하루 전에 요청했기 때문에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본다. 그분들과의 관계는 좋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하루 앞둔 7일 ‘반(反)정세균’을 기치로 한 ‘쇄신모임’ 주최로 열린 원내대표 후보 정견 발표에서도 후보자 5명이 모두 정 대표의 당 운영 방식을 비판했다. 강봉균 의원은 “줄 서지 않는 사람을 따돌리는 패거리 운영의 고리를 끊어 당내 민주화를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김부겸 의원은 “지방선거와 관련해 재심 신청이 700건이나 되는 등 당 운영의 비민주성이 극에 달했다”고 비판했다. 이석현 의원은 “당의 소통과 쇄신을 통해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고 밝혔고, 박병석 의원도 당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책위의장인 박지원 의원은 “정체성을 잃은 당의 터닝포인트를 시급히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지도부의 일원인 박주선 최고위원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