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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악인 ‘열정’ 히말라야를 녹이다

입력 | 2010-05-07 03:00:00

14좌 완등 4명 배출 세계가 놀라
엄홍길씨 고산마을에 학교세우기 결실
김창호-서성호씨 칸첸중가 정상에





오은선(44)의 여성 최초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으로 한국 산악인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세계 산악인들은 2000m 이상 고산 하나 없는 나라에서 여성 최초인 오은선을 포함해 히말라야 14좌 완등자를 4명이나 배출한 한국 산악인의 힘에 놀라워하고 있다. 한국 특유의 속공 등반은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는 이슈이기도 하다. 또 오은선이 거듭 고마움을 표시한 국민들의 성원과 산 사랑 역시 화제의 대상이다.

관심에 걸맞게 한국 산악인들의 활동도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활동도 히말라야 현지인들을 위한 활동, 신루트 개척 등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어 긍정적이다.

한국 히말라야 고산 등반의 선구자 역할을 한 엄홍길(50)은 히말라야 고산 마을에 학교를 세우며 현지인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엄홍길 휴먼재단’은 5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50m)를 오르는 길목에 있는 팡보체(4060m)라는 고산 마을에서 ‘팡보체 휴먼스쿨’ 준공식을 가졌다. 2008년 5월 설립된 엄홍길 휴먼재단은 히말라야 지역의 열악한 교육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학교 설립을 추진해 왔으며 이번에 첫 결실을 보게 됐다.

팡보체는 1986년 엄홍길과 함께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섰다가 숨진 술딘 도루지 셰르파의 고향으로 엄홍길은 “당시 친동생 같았던 도루지가 죽은 후 팡보체를 찾았을 때 홀어머니와 결혼한 지 3개월 된 아내를 보고 죄책감에 눈물을 쏟았다. 지금은 그의 여동생들이 커서 엄마가 됐고 그들의 아이들에게 학교를 세워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이나믹 부산 2010 희망원정대’의 김창호(41)와 서성호(31)는 지난달 29일 칸첸중가(8586m) 정상에 섰다. 뛰어난 등반 실력과 철저한 등정 기록으로 명성이 높은 부산팀은 이번 칸첸중가도 전 구간 루트를 직접 뚫으며 등정에 성공했다. 오은선은 “4월에 칸첸중가를 오르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부산팀의 성공을 높이 평가했다. ‘알피니스트’란 이름이 가장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 김창호는 히말라야 8000m 이상 10개 봉 연속 무산소 등정을 이어갔다.

반면 안나푸르나 남벽에 코리안 루트 개척에 나선 박영석(47) 원정대는 악천후와 부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안나푸르나 남벽은 현재 오전에만 잠깐 맑고 오후에는 강풍과 안개가 심하다. 여기에 강기석 원정대원은 골절상을 당해 귀국길에 올랐다. 지난달 초오유(8201m) 등정에 나섰던 김재수(49)는 등반 도중 코와 오른 발가락에 동상을 입고 현재 카트만두에서 휴식하고 있다.

한편 오은선은 6일 네팔 카트만두 야크앤드예티 호텔에서 안나푸르나(8091m) 등정 및 여성 최초 14좌 완등을 기념하는 축하 행사를 열었다.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 등 국내외 산악인들과 네팔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오은선은 “오늘의 영광은 나 혼자만이 아닌 많은 분의 가르침과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거듭 감사함을 표했다.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오은선은 10일 귀국할 예정이다.

카트만두=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